포커스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한겨레21

미봉으로 흐르는 노동법 재개정

(사진/정치적 절충으로 끝맺음될 노동관계법 재개정이 10대 핵심사항 수용을 요구하는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노동관계법 재개정 문제가 여야 합의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보태풍의 소용돌이속에서 여야가 국회에서 입장차이를 좁히면서 정치 적 절충을 적극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노동환경위원회(위원장 이 긍규)는 지난 2월19~20일까지 노동법 공청회를 열어 이해 당사자들의 입 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21일 전체회의를 통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7 인 전원합의체 형식의 ‘노동관계법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25일까지 여 야 단일안을 만들기로 합의한 뒤 구체적인 조문화 작업에 착수했다.

야당 공동안 마련 여야합의안 마련 가능

그동안 내부적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도 미리 발표할 경우 예상되는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던 국민회의도 자민련과 공동안을 확정해 24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야당이 개정안을 제출하 지 않는 한 원안을 고수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던 신한국당도 야당 단일 안의 성사를 전제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특별한 돌출 변수가 없는 한 날치기처리된 개정법이 시행토록 되 있는 3월1일 이전까지는 여 야 합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물론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타결될 지는 유동적이다. 하지만 21일 전체회의에서 “25일까지 단일안을 낸다”고 시한을 정확히 못박은 것 자 체가 법안에 대한 여야간의 교감과 내부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도 “야당 단일안 자체가 공익안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28일이라는 개정 시한에 대해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합의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전망에 비춰볼때 여야 합의 개정안은 다음 내용을 핵심으로 담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핵심 쟁점으로 지목됐던 복수노조의 경우 상급단체는 즉시 허용하되 단위 사업장은 시행 5년 동안 유예하며, 쟁의기간중 대체근로는 ‘단위사업장 안’으로 한정해 신규채용이나 하도급을 금지하는 쪽으로 타결될 전망이 다. 또 변형시간근로제의 경우 2주 단위 48시간 한도 내에서 도입하기로 하고 해고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은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인정하는 방향 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임급협상 등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고, 쟁의기간 중 임금지급 금지규정과 연월차 상한제 규정은 삭제하는 방향으로 큰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정리해고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전교조 합법화 등은 아직도 논란의 불씨로 남겨 놓고 있다.

정리해고제의 경우 야당은 근로기준법에는 명문화하지 않고 별도로 ‘해 고제한 특별법’을 제정하되 이를 3년 뒤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계 일반의 불안을 완화하면서 재계와 여당을 협상 에 끌어들이기 위한 타협안인 것이다. 하지만 신한국당쪽은 난색을 표명 하고 있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통산부와 재경원쪽의 반발이 커 여 당으로선 쉽게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임을 예고했다.

교원단결권 문제는 결론유보키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도 야당쪽에서는 5년유예와 노사자율에 맡기는 두 가지 방안으로 여당과 협상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여당쪽에서 는 전임자 임금을 순차적으로 줄여 5년 뒤에는 금지하는 방안을 내세우며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교조 등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원의 단결권 문제는 여야 모두 논의는 하되 결론을 내리지않고 장기과제로 미루거나, 교육위원회로 떠넘기는 방향으로 끝맺 음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여야 모두 28일까지 재개정 완료라는 대명제 앞에서 노동계의 주장 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핵심적인 쟁점 사안은 피해가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으로서는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지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보다 반발이 적고 여당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시인했다. 민주노총은 여야 단일안의 윤곽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한 22 일 또하나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은“정리해고 반대, 변형시 간근로제 반대, 교원의 노동기본권 인정 등 10대 핵심요구를 일괄 수용한 다면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보장하는 ‘복수노조 허용’을 포기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 그러나 정치권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노동계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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