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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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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최인호/연출 윤호진/작곡 김형석/출연 서창우, 윤손하
이영미/ 연극평론가
‘에이콤’의 신작 뮤지컬 `겨울나그네'(02-562-5022)를 보고 난 느낌은 93, 94년 이후 숨차게 달려온 창작 뮤지컬이 한 단계의 마감점에 와 있다 는 것이었다. `동숭동 연가'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스타가 될꺼야' ` 사랑은 비를 타고' `명성황후' `고래사냥' `쇼 코미디'. 이 3, 4년 동안 우리 뮤지컬은 얼마나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던가! 이 변화만큼이나 관객 의 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겨울나그네'는 여태까지 올린 ‘대중적 뮤지컬 ’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다(‘대중적 뮤지컬’이란 단서를 붙인 것은 `지하철 1호선'이나 `금강' 같은 나름대로 실험적 작품 은 그 평가의 잣대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이렇게 후한 말로 뮤지컬 평을 해본 적이 없는 필자이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작년의 `명성 황후', `쇼 코미디' 등보다 훨씬 잘 만들어졌음이 사실이다. 우리 창작뮤 지컬의 고질병은(연기나 음향 등 기술적 측면보다는) 극작과 작곡이라는 핵심 기술의 미흡함이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 이 갖추어진 작품이다. 무리없이 흘러가면서도 뮤지컬다운 배려가 충분한 대본, 대중가요풍을 못 벗어난 `스타가 될꺼야'의 실패를 극복하고 연극 적 정서를 음악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 김형석의 작곡, 음악이 주도하는 뮤지컬에서 화려한 볼거리 제공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해낸 박동우의 무 대, 작품이 톤과 흐름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윤호진의 연출 등에서 대중적 뮤지컬로서 ‘기본’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놓고 있다.
특히 ‘에이콤’과 연출자 윤호진은 `명성황후'에 이어 이 작품을 올림으 로써 다분히 유럽적인 `레미제라블' 스타일을 자신의 독특한 색깔로 가짐 으로써 오은희, 배해일, 최귀섭 3인방의 ‘서울뮤지컬 컴퍼니’의 전통적 브로드웨이풍과 작품 경향의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즉 이 작품은 `레미제라블'처럼 서사적 줄거리와 극적 공간의 잦은 교체, 음악의 주도 등을 특징으로 함으로써 예컨대 `브로드웨이 42번가'처럼 단 일한 공간의 근대극적 틀을 갖춘 전통적 브로드웨이풍과는 구별되는 것이 다. 영화의 시대에 사는 대중의 눈에 맞게, 게다가 동일 시공간에 압축되 는 근대극적 관행에 익숙지 않은 우리 대중에 맞게, 대형 세트를 거의 다 른 것으로 수십번 바꾸어내고 줄거리를 영화처럼 펼쳐내면서, 영화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이런 작품이, 과연 우리 대중적 뮤지컬의 주도적 양식으로 자리를 잡을지 흥미진진하다.
이 작품의 성과가 대중적 뮤지컬로서의 ‘기본’을 갖춘 것이라는 말은, 이제야 비로소 비평다운 비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 기본’ 갖추기의 만족감을 뒤로 접어놓으면 이 작품의 결함도 만만치 않 다. 우선 기본 발상이 ‘소설적’이어서, 민우는 주인공이면서도 시종 고 민만 할 뿐 극적 행동으로 작품을 끌어가지 못한다. 연극적 흐름은 아주 간략화되어 줄거리 전달에도 미흡한데, 이런 통속적 사랑이야기가 아니었 다면 줄거리 파악이 어려웠을 정도이다(이런 내용에서 관객은 대개 왜 헤 어지는지, 어떤 경로로 다시 만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의문을 제기하 지 않으므로). 특히 허버트 등 극 흐름을 돕는 인물들은 거의 제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치였다. 따라서 ‘지고한 순수함의 사랑’이라는 원 작의 핵심은, 그냥 평범한 사랑이야기로 바뀌어져 버렸고, 음악도 순수의 세계와 타락의 세계를 대비하는 식의 주제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줄거리 틀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내용과 인물, 갈등 양상은 너무도 70년대식이어서(마치 ‘다혜’라는 여주인공 이름이 90년 대가 아닌 70년대식 이름이듯), 90년대의 대중정서와 대화하는 데에 이르 지 못한다. 그래도 이런 비판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반갑다 . 마지막 군말. 자동차 추락장면은 사전에 너무 선전을 해댄 탓에 실망도 크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