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한겨레21

큰별 진 중국 어디로 갈 것인가

(사진/덩의 생가로 향하는 조문행렬. 덩 이후의 중국의 권력향방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희옥 교수/한신대 중국학과·중국정치

‘덩샤오핑 없는 중국’은 과연 분열될 것인가. 아니면 장쩌민 체제가 안 정될 것인가.

‘덩샤오핑 없는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왔고 중국 지도부도 사 전에 이를 대비해왔다. 그런데도 덩 사후 다양한 시나리오가 다시 흘러나 오는 것은 권력우산이 사라진 상태에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중국 정치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또 중국의 장래변화는 국제사회에도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탓도 크다.

평화적 민주변혁도 가능성

미국의 중국전문가인 리처드 바움 교수는 덩 사후 중국에 대한 각종의 시 나리오를 ‘불안한 현상유지, 신보수주의, 신권위주의, 정치적 분열, 군 의 개입, 민주화, 신마오쩌둥주의 등장’으로 정리했다. 홍콩에 망명한 정치학자인 우궈광·왕자오쥔의 6대 시나리오도 이와 비슷하다. 역시 망 명학자인 옌자치는 일당독재를 견지하고 부패를 용인하며 공유제를 유지 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와 각종 정치적 규제를 해소하고 사유화로 가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덩샤오핑 노선으로 양분한 뒤 후자가 전자를 대체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하버드대학 방문학자인 조우뚜어는 경제적 후 퇴와 비민주적 정치, 경제발전과 비민주적 정치, 단기간의 안정적인 정치 적 자유와 경제적 후퇴, 정치적 자유와 경제발전의 시나리오를 구분하고 당주도의 점진적이고 질서있는 평화적 민주변혁이 현실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 <가까운 장래의 중국>에 나타난 시나리오 는 ‘현노선유지, 자유로운 개혁, 분열’로 구분하고 각각의 발전 가능성 을 30%, 20%, 50%로 평가했다. 이 밖에도 국내 외의 전문연구자와 기업연 구소에서도 다양한 변수조합을 통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각종의 시나리오를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온건개혁, 급진개혁, 보수회귀, 분열’로 범주화해 해석할 수 있다.

제1시나리오-온건개혁 :장쩌민 체제가 덩의 권력공백을 빠르게 메우면서 경제개방을 추진하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룬다는 입장이다. 그 정치적 형태는 신권위주의론이 내용적으로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설은 온건파의 집권이 사회질서와 정치안정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뿐 아 니라, 경제발전의 전제 아래에서 점진적으로 민주변혁을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집단지도부가 단결하고 인민해방군과 치안조직이 장 쩌민 체제를 지지하고 국가의 발전목표를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으로 삼는 것에 동의한다. 해외의 중국전문가들은 이 가설이 가장 현실성 있는 것으 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체제의 중기적 지속력은 여전히 한계가 있 다.

국제적 긴장 초래 상태 안올 것

제2시나리오-보수회귀: 장쩌민 체제의 군과 당에 대한 장악력이 급격하게 약화될 것으로 본다. 이때 권력투쟁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나타나 고 덩리췬 등 장외 강경세력과 리펑 등 당내 보수세력이 결합해 보수정권 을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시장경제를 상당히 제한하고 민족주의적 요소를 강조하는 강력한 개발독재정권이나 민족주의적 독재자가 출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중앙의 권력조정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중앙과 지방의 마찰이 증폭되거나 노동자·농민의 참여폭발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군부가 개입하여 진압하고 권력을 장악한다. 이 경우 개방보다는 안정을, 민주보다는 단결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신냉전을 표방해 국제적 긴장 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다 .

제3시나리오-급진개혁: 시민사회의 성장이나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받아 급진개혁파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정권이 등장한다. 이 경우 전 총서기 자 오쯔양 그룹과 해안지역의 지방지도자들, 그리고 부분적으로 성장한 시민 사회가 개혁연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 계기는 지난 89년 천안문사건 에 대한 당내외의 재평가와 책임자 처벌요구이다. 이때 리펑 등 보수파의 위상과 정통성은 상실되고, 천안문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던 장쩌민도 밑으 로부터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 채 몰락할 것이다. 개혁세력의 정책방향 은 경제는 일본형을 추구하고, 대외정책은 다국간주의에 대한 신뢰가 강 화되고, 군사력은 최첨단 국지전에 대한 능력보유를 중시할 것이다. 그러 나 이 가설은 신뢰도가 비교적 낮다는 한계를 지닌다.

제4시나리오-천하대란: 중앙지도부의 권력투쟁이 격화되고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천하대란에 휩싸인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상 호불신이 높아지고 권력계승구조가 정지돼 각 권력기관이 각각의 권력을 보유하거나 강력한 지역정권이 등장해 상호대립하게 된다. 분열의 형태는 제후경제에 기초한 지역할거주의와 완전한 붕괴로 구분한다. 여기까지 가 지 않더라도 신장-위구르·티베트·내몽골 등의 분리독립운동과 이를 저 지하는 과정에서 제한적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변수의 크기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주관적 예단이 깔린 측면도 있다 .

이러한 4대 시나리오는 복잡한 변수를 단순하게 범주화했으나 여전히 추 상성이 높고 변수 상호간의 관계가 정밀하지 못하다. 그리고 시간 차이에 따른 변화를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예컨대 중국안정론은 사실상 과도기 안에서는 유력한 해석이지만, 새로운 변수에 의해 그 안정이 약화될 개연 성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또한 붕괴시나리오도 장기적 전망에 의한 것일 뿐 중단기간의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경제발전뒤에 체제개혁 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위의 시나리오를 다시 정치영역·경제영역·사회영역간 의 변수를 조작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표 참고 ). 이는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내부문건에 상당부분 의존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이들 세 영역의 좋고 나쁨에 따라 안정적 정치·경제성장에서부터 혁명·분열 까지 다양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제1시나리오-체제개혁 심화: 경제가 발전하고 이것이 산업경제의 조정으 로 이어져 체제개혁이 심화된다. 시장개혁이 가속화되고 장쩌민 체제가 주류를 형성해 권력을 공고화한다. 중앙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지방주의가 억제된다. 사회정치적 모순은 존재하지만 동란의 형태는 띠지 않는다. 농 업이 발전하고 맹목적 유동현상이 줄어들며 물가가 안정되고 부정부패가 상당히 치유된다. 민주화 요구에 대한 제한이 상당히 완화된다. 이것은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제2시나리오-(A+C+E): 장쩌민 체제가 권력을 장악해 당내통합 수준이 비 교적 높다.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과 정부의 사회에 대한 통제력이 높다. 경제가 발전해 중앙권력이 공고화된다. 사회모순이 나타나 체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민심이반도 빠르 게 수습된다. 민주화운동이 진압되거나 체제내화한다.

제3시나리오-(B+D+E): 경제성장이 유지되고 정치사회적 안정이 강화된다. 그러나 과도적 상황으로 당내파벌간·지방간·중앙과 체제 외적인 역량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는 장쩌민의 권위가 포괄적으로 인정 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의 안정을 택하는 모델로 과도기 단 계에 국한된다.

제4시나리오(A+D+F): 장쩌민의 주류파가 형성돼 권력이 공고해지며, 당내 통합수준이 높다. 경제문제가 부분적으로 발생해도 당중앙과 정부가 해결 할 수 있다. 이 유형은 정책실패와 경제상황의 악화를 통해 제5시나리오 로 이전하거나, 경제적 요소와 사회-정치간의 모순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 될 경우 제7시나리오로 이전할 수도 있다.

제5시나리오(A+C+F): 당내 주류파가 형성되고 권력과 체제통합도가 높다. 농업위축과 경기위축으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민중운동이 발생하고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 이 문제가 당내 분화 로 이어지면 당내 개혁파가 주도권을 장악해 정치개혁의 길로 가거나, 당 내 보수파가 집권해 민주화운동을 진압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군이다.

제6시나리오(B+C+E):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대규모의 비이성적이고 파괴적 인 운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체제통합 수준이 낮고 체제외적인 통합능력 도 한계가 있다. 당내 파벌과 권력투쟁이 격화되어 제후경제와 부패현상 이 심각해 민심이반이 진행된다. 이것은 양성혁명국면으로 그 결과는 당 내 개혁파와 민주화운동이 손잡고 보수파를 공격하여 민주화로 이행한다.

제7시나리오(B+C+F): 혁명이 임박한 국면이다. 이 시기의 관건은 당내 개 혁파와 민주화운동 세력의 조직화 수준에 따라 악성혁명과 양성혁명의 형 태로 나타난다.

제8시나리오(B+D+F): 당내 파벌이 심각하고 제후경제가 확산되어 지방의 독립왕국으로 중국이 분열하는 유형이다. 경제침체와 정치적 충돌이 잠복 상태에 있으나 경제침체가 사회모순을 강화해 당내 분열도 민주화운동에 창조적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나리오는 정치-경제-사회영역의 변수 상호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중 국 정치의 특성상 정치영역의 비중을 분석했으나 여전히 하나의 이념형에 불과하다. 다만 정치변수의 가변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대체적 인 현상유지나 현상의 부분적 타개라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위기와 붕괴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 이다.

위기에 처한 1억명의 농업인구가 변수

현재 중국의 위기변수는 1억명에 달하는 농업인구의 생산성 위기, 도시와 농촌의 갈수록 악화되는 소득격차와 이에 따른 농업인구의 도시유동, 구 조적인 부패문제, 중앙의 통제력 약화와 이에 따른 중앙과 지방의 갈등, 신장-위구르·티베트·내몽골 등지의 분리주의운동, 중국인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의 위기, 시민사회 성장에 따른 국가와 시민사회의 갈등 등이 있다 .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곧바로 붕괴로 전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 면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요인들 예컨대, 일반 중국인들이 지닌 혼 란에 대한 공포, 전통적인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 개혁개방의 수혜 층이 넓게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체제구심력, 공산당과 사회주의를 대체할 만한 대안의 이념과 세력의 부재 등은 체제원심력을 제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덩 이후 중국사회를 평가할 경우 체제의 원심력과 구심력의 크기 를 정교하게 비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과 추세에 따라 권력이 부침하고 사회적 변동이 이루어지는 ‘중국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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