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한겨레21

문화/에코의 유혹에 넘어가라

움베르토 에코는 대학신입생들이라면 반드시 한번 거쳐 지나가는 통과점 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에코의 박물지적인 박학다식함은 신입생들에 게는 공부하고 싶다는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는 문화 란 외양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설파한다. 포스트모던이 선언되어도, 혹 우리시대 가 새로운 중세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뒤집어 보아야 한다는 것 이다. 특히 `논문작성법강의'는 필독서로 잡아야 할 것이다.

도정일 교수의 문학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는 “생태학적 상 상력”을 우리시대의 화두로 제기하면서, 대중문화에 날카로운 메스를 가 하는 뛰어난 저서이다. 특히 대학 안에서 학문의 통속화와 지식인의 소멸 문제를 가슴 아프게 고민하면서 사회 바깥에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지 은이의 글은 대학인이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를 정면으로 가로질러간 두 시인 김지하와 박노해의 시집 `타는 목마름'과 `노동의 새벽'은 90년대 후반의 대학생들에게도 필독의 시집이다. 대학 초년생이라면 의당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겠지만 과거의 전 통과의 연대도 중요한 문제다. 공자, 맹자까지는 무리지만 70년대 민주화 세대와 80년대의 민중운동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이 두 시집은 세대간의 다리를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가 될 것이다.

슬라브에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 대중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는 미국 의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을 빌면 “우리를 대중문화에서의 주 체성에 대한 신선한 접근방식으로, 또한 향후 몇년이 지나면 종종 듣게 될 특별히 새로운 목소리로 인도해 줄” 탁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캉의 학문세계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참을성있게 일독할 것을 권한 다.


`삐딱하게 보기'

슬라브에 지젝 지음/김소연,유재희 옮김/시각과 언어사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라캉과 영화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알프리드 히치콕과의 만남을 시도한 책이다. 라캉은 “나는 생각한다, 고 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사유한다”는 멋진 명제로 포스트 모던한 인간관을 정리한 바 있다. 지젝은 이 명제를 축으로 현대 대중문 화의 총화가 되어버린 영화가 이미지로 재생하는 화면의 이면에 숨어서 우리의 뇌리를 끌어당기는 무의식의 언어를 해독한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로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한계와 허점에 대한 논의가 좌파 지식인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오늘날 정신분석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 현상으로 진단된다. 슬로베니아 학자 지젝의 이 책은 프로이트와 아울러 서구 정신분석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을 소개하는 라캉입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조형준/ 문화평론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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