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름 |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
|---|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는 전세계 통신업체들에게 부여된 최대의 과제는 ‘ 언제 어디서나’라는 말로 요약된다. 정확하게는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21세기의 승패를 가르는 것으로 판단하 는 것이다.
이는 곧 미래 통신세계의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각종 통신 수단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동전화, 위성전화, 무선호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공공의 전화망을 개인 것처럼 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등이 이미 널리 쓰이거나 보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아무리 통신 수단이 다양해도, 아직까지 어떤 기술도 자리를 비운 사람을 찾지는 못한다. 전화망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전화 받을 사람이 자리에 없으면 통화가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래 통신은 이런 당연한 것을 뒤바꿀지도 모른다.
이런 기술을 보편개인통신(Universal Personal Telecommunications)이라 고 하는데, 스웨덴의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노르웨이 통신업체 텔레노 아가 지난 95년 세계 최초로 시험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일본에 서 일본전신전화(NTT)가 주축이 돼 ‘원넘버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서비 스가 되고 있다.
이 기술의 개념은 국내외 유선전화, 이동전화, 음성사서함, 삐삐 등 온갖 통신 수단을 하나로 묶어, 통신가입자가 전세계 어디 있든지 자신에게 오 는 연락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집이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으면 전화는 자동으로 이동전화 로 이어지고 그래도 받지 않으면 다시 삐삐로, 음성사서함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이 쓰고 있는 통신수단을 일정한 순서대로 바꿔가며 찾다가 끝내 못 찾으면 음성사서함에 전할 말을 녹음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미리 전화국의 컴퓨터에 지정해둔 통화시도 범위에 따라 달라지 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내전화로 연결하다가 안 되면 국제전화선이 나 위성을 타고 외국으로 연결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국내로 돌아와 삐삐를 치거나 음성사서함에 녹음하는 식도 가능해진다.
이 서비스가 제대로 되려면, 모든 사람이 주민등록번호처럼 각각 고유의 전화번호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집 전화, 직장 전화, 이동전 화, 무선호출 번호를 일일이 적어 두거나 바뀔 때마다 고치는 불편이 사 라진다. 단순히 개인 전화번호를 누르고 기다리기만 하면 교환기가 알아 서 찾을 때까지 통화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강조해 이런 미래 통 신기술을 ‘개인번호 서비스’라고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원넘버서비 스’라는 말은 이 서비스의 일본식 조어인 셈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의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그릴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다.
물론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플림스(Future Public Land Mobi le Telecommunications Service, 미래 공중 육상 이동 통신서비스)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기본 개념은 차이가 없고 단지 전달 수 단을 소리에 국한하지 않고 데이터와 영상까지 확대한 것뿐이다.
결국 현재 전문가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 통신 세계는 ‘21세기형 유목민 ’들에게 통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