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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3월06일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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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텔레토피아'가 다가오고 있다. 이동전화에 컴퓨터 기능을 결합한 개인휴대정보단말기가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인터넷 따위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요즘 1백살이 넘은 구식 통신 수단인 전화는 과연 거실의 한가운데서 구석으로 자리를 옮길 운명인가?
이 물음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바뀌는 생활 방식 또는 문화의 문 제와도 얽혀 있어, 관심을 끌 만하다.
인터넷의 보급 확대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터넷이 텔레비전 방송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값싼 ‘인터넷전화’는 전화 특히 국제전화를 가장 위협하는 대체 수단으로 떠 오르고 있다. 인터넷이 전화와 텔레비전 모두를 대신하겠다는 기세로 확 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통신 분야에서 컴퓨터통신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서비스가 이동전화다.
“정보통신이 전화에 흡수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컴퓨터통신 이용자수는 지난 95년 말 71만7천여명에 서 1년 만에 142%가 늘어난 1백74만여명이 됐다. 이동전화 가입자는 95년 말 1백64만여명이었으나 지난해 말 3백18만명으로 늘어, 증가율은 93%다. 컴퓨터통신 이용자 집계는 이용 여부나 요금 납부와 상관없이 단순히 등 록된 사람 수를 합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둘의 성장 속도 차이는 훨 씬 줄어든다. 올해부터 휴대형 공중전화격인 발신전용휴대전화(CT-2), 개 인휴대통신(PCS) 등 새로운 전화 서비스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할 예정 이어서, 무선전화의 성장률이 컴퓨터통신을 앞설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동전화의 폭발적인 성장은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다. 미국, 일본, 유 럽의 이동전화 이용자 증가는 결코 우리나라에 뒤지지 않으며,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도 비슷하다.
정보통신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요즘이야말로 전화가 1백여년 만에 진정한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방식이 유선 전화에서 무선으 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자우편을 받아볼 수 있는 이동전화기처럼 전화가 정보통신 기기의 기능 을 일부 흉내내는 현상까지 보이면서, 정보통신이 전화에 흡수될 가능성 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화와 정보통신이 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 망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홈뱅킹이 첨단 서비스인 양 선전되고 있 지만, 전화 음성정보서비스(폰뱅킹)가 이용 방법은 훨씬 편하다. 컴퓨터 를 켜고 통신에 접속한 뒤 예금잔고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전화로 확인하 는 것이 시간도 적게 들고 비용도 싸다. 간단한 증권정보나 운동경기 결 과 따위를 확인하는 것도 전화가 유리하다.
반면에 몇달간의 증시 동향 분석 정보, 신문 기사 검색 따위를 컴퓨터통 신 대신 ‘700’ 서비스(음성정보 서비스)로 이용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수단의 발달과 변화는 사실 이용자들의 의식이나 생각, 생활습관, 문 화를 무시하고 판단할 수 없다. 둘의 관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변해 가는 양태인 것은 물론이다.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업무가 처리되는 미국에서는 전화가 극도로 발달했고 이는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전자우편, 홈쇼핑으로 번져 나갔다. 미국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광고 가운데 수신자부담전화(800 서비스)의 번 호가 없는 광고가 거의 없다. 소비자는 공짜전화로 물건구입, 고장신고는 물론 시외전화사업자협의회 따위 특정 압력단체의 주장까지 들을 수 있다 . 무료전화를 설치하지 않고는 장사할 수 없는 나라다.
프랑스는 컴퓨터통신을 이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미니텔(텔레 텔이라는 컴퓨터통신 서비스용 단말기)이 공공기관부터 호텔, 일반 가정 까지 온나라 구석구석에 침투한 이 나라에서 컴퓨터통신은 몇몇 컴퓨터광 의 ‘첨단 놀이터’가 아니라 실생활 도구일 뿐이다. 인터넷에 대한 관심 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료전화는 첨단 마케팅의 필수품
유럽이 미국과 가장 다른 점은 일반적으로 전화나 컴퓨터로 물건을 사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를 “미국은 땅이 넓어 물건 한두개 사러 나가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몰려 사는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다. 게다가 물건은 만져보고 요모조모 따 져보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나 일본은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야 일이 되는 사회다. 워낙 사회가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전화에 의존하지 않을 방법은 없지만, 전자우편이나 전자문서를 꺼리는 것도 이런 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런 나라별 차이도 국제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한 원인이 다름 아닌 통신 전반의 발달이고 보면, 통 신 문화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신기섭 기자/ 한겨레 경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