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한겨레21

피라미 사냥

어느 큰 연못에 잉어들이 활개를 치며 살았습니다.

미꾸라지, 피라미들은 바닥에서 설설 기며 살았고

올챙이들은 죽은 듯이 숨만 쉬며 살았습니다.

세상은 잉어떼들의 횡포로 늘 어지러웠고,

힘없는 고기떼들은 혀만 끌끌 찰 뿐 눈치만 살폈습니다.

잉어떼들은 온갖 못된 짓 다하며 심심해지면

정말 심심해지면,

연못 밑바닥에서 흙탕물을 일으켜 숨쉬기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그들은 수면 가까이 맑은 물을 마시며 모르는 척합니다.

참다 못한 피라미 송사리 올챙이 미꾸라지들이 들고일어나면

그들은 딴전을 피우며 시치미를 뗍니다.

누구 짓인지 밝히라고 연못 안이 매일 시끄러울 때

그들은 송사리 피라미 올챙이 미꾸라지 몇 마리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웁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우깁니다.

잡힌 송사리 올챙이 피라미들을 대어라고 자기들끼리

추켜세웁니다.

그들의 검은 속을 누가 모르나요.

정윤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1동 247 동성아파트 30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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