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야기 |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
|---|
“만화도 없고, 만화문화도 없습니다.”
만화가 신일섭(27)씨의 우리 만화계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상업성에 찌든 작품과, 그런 작품을 양산케 하는 문화가 만화계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최근 대안적 실험주의 대중만화를 표방하는 격월간 독립만 화잡지 <히스테리>를 창간한 것도 그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히스테리>는 왜색만화와 표절작을 스스럼없이 양산하고 있는 기성 만화 계를 정면으로 공격한다. 신인작가를 제물로 삼아 잇속을 챙기려는 일부 부도덕한 잡지계에도 날카로운 풍자의 칼을 들이댄다. <선생을 죽여라>( 오영진 작) <나의 표절유산 답사기>(김동고 작) <편집실>(노미후 작) 등 창간호에 실린 작품들에는 그런 신랄한 풍자의 맛이 담뿍 담겼다는 평을 받는다.
신씨는 <히스테리>가 형식에서 실험적이고, 내용에서 도발적인 만큼 독자 층을 마니아들로 잡는다. 작가 자신이 먼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실어 ‘실험작=아마추어리즘’이란 일부의 시선을 불식시킬 각오라고 한다. “ 세기말적이고 비관적인 오늘의 상황과 일상성을 탐구하겠다”는 편집방향 도 꿋꿋이 지킬 생각이다.
“사실 우리 기준에서 실험적이라는 것이지, 외국에선 <히스테리> 창간호 에 실린 작품 정도는 일반 잡지에 늘 실립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진짜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만화 잡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창간기념회 역시 실험적이었다. 이미 미술작품에 가까운 설치만화를 선보 인 적이 있는 그는 지난 2월23일 신촌의 카페 ‘빵’에서 이벤트로 풍성 한 기념회를 열었다. ‘허벅지’ ‘빵’ 등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공연과 설치만화 전시, 포르노식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 기념회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신씨는 오는 3월13일 ‘갤러리 보다’에서 ‘얼 터너티브 드로잉전’이란 개인전을 열고, 만화적 감성으로 쓰고 있는 희 곡 <변태일절>을 내년쯤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성욱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