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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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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월25일 광화문에서 열린 환경운동단체연합의 반 대만 시위. 북한은 20만배럴의 핵폐기물을 수입하는 대가로 2억2천7백6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북한이 대만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골치덩이 핵폐기물을 대량으로 반 입해 매립키로 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총력저지를 선언하는 등 북한의 핵폐기물 수입이 남북 관계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폐기물 운반선을 폭격해서라도 막아야 한다”“오죽하면 북한이 핵폐 기물을 수입하겠느냐, 우리가 대신 북한에 돈을 지불하고, 핵폐기물을 수 입하지 못하게 하자”“북한이 핵폐기물 수입을 강행하면 경수로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등등 동정론부터 무력대응론까지 북한의 핵폐기물 수입 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러나 “통일 뒤까지 악영향을 미칠 핵폐기물을 한반도에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만큼은 국민들 사이 에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또한 핵폐기물 수입에까지 손을 댄 김정일 체 제에 대한 남한 사회의 혐오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발생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3배 분량
특히 이 핵폐기물은 북한의 운송 책임 아래 북한배에 실려 운반될 것으로 알려져, 국내환경단체들이 운반을 저지하고 나설 경우 북한은 남한의 민 심과도 대결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전력공사와 북한의 국가핵안전감독위원회는 지난 1월11일 타이페이에 서 대만의 원전6기에서 나온 중저준위 핵폐기물 6만배럴(4만5천 드럼)을 앞으로 2년에 걸쳐 북한에 이송하고, 궁극적으로는 물량을 20만배럴(12만 5천 드럼)로 늘릴 수 있는 부대조항을 담은 계약을 체결했다. 20만배럴의 대가는 2억2천7백60만달러로 알려졌다.
북한이 수입키로 한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국내 11개 원전에서 95년 말까 지 발생한 전체 중저준위 핵폐기물량(4만5천 드럼)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10여년 전에 중국은 고비사막에 독일의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시설을 유치하려다가 국민 여론에 밀려 중단했다. 과거 핵실험 장소였던 남태평양의 마셜군도도 95년부터 국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시도 했으나,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반대에 밀려 역시 좌절돼 지금까지 핵폐기물 수입 계약이 체결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더욱이 핵폐기물은 가장 독성이 강한 쓰레기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 용후 핵연료는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시켜야 하는데 영구 보관기술이 없어 선진국들도 임시저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농축폐액·폐수지·폐필 터·부식성물질 등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3백년 정도면 방사능이 거의 없 어지므로 영구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10세대가 지난 뒤 즉 서기 2천3백 년까지 관리를 하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조사를 해야 하므로 간단 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한국이나 대만과 달리 비민주국가이고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사 회이기 때문에 대만의 핵폐기물이 북한으로 이전되면 한반도 전체의 환경 과 주민이 엄청난 환경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다.” 대만의 핵폐기물 수 출에 반대하고 있는 대만환경보호연맹(TEPU) 창시자인 시신민 대만대학 화공과 교수의 경고이다.
특히 북한은 한 폐탄광에 핵폐기물을 매립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 우 탄광에 고인 지하수가 핵폐기물 드럼통을 부식시켜 근처 지하수를 광 범위하게 오염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장순흥 교수 는 “핵폐기물은 물과 접촉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목조르기 식 대북정책이 초래한 결과
북한의 핵폐기물 수입은 정부의 목조르기식 대북정책이 초래한 반작용이 란 비판의 소리도 있다. 북한의 핵폐기물 수입이 돈벌이뿐 아니라 국제사 회에서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목적도 갖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대만은 약삭빠르게 핵폐기물 매립 계약 체결 뒤 쌀 원조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식량난에 수해까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에게 대만은 지난해에 이미 2만5천t의 쌀을 제공했고, 경제사절단까 지 보냈다.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일본·중국을 통해 압력을 넣고 있지만, 국제원자 력기구가 제정을 추진 중인 ‘방사성폐기물관리협약’도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을 허용키로 해 국제법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다.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는 정부는 환경단체들의 활동과 언론의 현지 취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월27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북한 핵폐기물 반입저지 운동 주간’으로 정하고 대만원정 시위와 대만제품 불 매운동 등에 나섰다.
김정일 정권은 그동안 핵 카드를 이용한 모험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모험만큼은 골치아픈 환경단체들과 그린피스가 버티고 있고, 남한뿐 아니 라 북한 내부에서도 핵폐기물 수입반대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상 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호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