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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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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날치기는 뒤집어질 것인가.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은 안기부법 재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험난한 2월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의 재개정 형식과 절차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 하던 여야는 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날치기법을 재개정하는 쪽으로 큰 가 닥을 잡아가고 있다. 여권이 날치기법의 원천무효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국회차원의 재개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같은 강경자세로 인해 날치기법의 재개정이 결과적으 로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을 상당부분 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소 한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여권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 이다.
한보사태 대화 분위기에 찬물
한마디로 야권은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사실상의 재개정 의사를 표명한 이후 정치적 해결의 부담이 야권으로 넘어온 현실을 인식 했다고 할 수 있다. 여권도 막후접촉을 통해 날치기법의 전면무효화 선언 은 불가능하지만 국회의장 또는 신한국당 원내총무가 날치기 절차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대화분위기 조 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여야의 대화재개가 날치기법의 원만한 재개정을 자동적으로 보장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화기류가 조성되려던 순간 터져나온 한보철강의 부도사태는 정국의 해빙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야당이 한보의혹의 배후세력으로 여권의 실세들을 지목하면서 총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등 정 국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재개정을 위 한 여야 협상의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책임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야당에 대해 여당이 “ 정치권 전체가 아수라장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여 야의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아니라 날치기법을 어떤 방향으로 재개정하느냐는 본질적 문제를 둘 러싸고 여야는 여전히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재개정 대상법률에 대해서도 신한국당은 안기부법은 재개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국민회의는 인권탄압과 정치사찰에 악용될 소지가 큰 개정안기부법의 재 개정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김영 삼 대통령이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개정된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국회차원에서 거론할 수 있다는 뜻이 지 안기부법을 손질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안기부법 재개정을 고려 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에 국민회의의 박상천 총무는 안기부 법 재개정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앞두 고 민주세력에 대한 이념적 탄압과 정치개입의 소지를 안고 있는 안기부 법을 다시 손대지 않을 경우 안기부의 대선개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자민련은 안기부법의 재개정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따라서 안기부법의 재개정 여부를 둘러싸고 야권공조가 심각한 균열현 상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리해고 문제 여야 타협 걸림돌
여권은 국회재협상을 통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이념적 노선차이를 부각 시켜 야권공조체제를 약화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총파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노동관계법의 재개정 문제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복수노조의 유예는 잘못된 것”이라고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겨냥한 상급노조의 허용은 쉽게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애초 복수노조에 가강 완강하게 반대했던 자민련이 총파업 국면속에서 허용쪽으로 급선회함으로써 주요 장애물은 제거된 셈이다. 하 지만 노동계가 가장 반발했던 정리해고제 조항의 개폐문제는 여야가 합의 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한국당은 정리해고제의 존속을 강력히 요구하는 재계의 압력에 따 라 이 조항의 전면적인 폐지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재계 출 신의 신한국당 의원들은 “정리해고제를 폐지할 경우 노동관계법의 개정 취지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한다. 기업의 임금비용 을 줄일 수 있는 핵심수단인 정리해고제를 백지화하려면 처음부터 노동관 계법을 손대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한국당이 검토하고 있는 내용 은 정리해고의 요건을 대폭 강화시켜 기업주의 해고남용을 견제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공동으로 노동관계 법 개정안을 마련키로 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신한국당의 이같은 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노동계가 노조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 로 정리해고조항의 완전 삭제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국회의 노동법 재개 정 작업은 또 한차례 거센 풍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리해고제의 요건을 대폭강화시켜 기업주의 자의적인 대량 해고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할 수 있다며 반드시 삭제를 고집하지 않을 수 도 있다고 신축성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계는 대신 변 형시간근로제나 노조전임자의 급여중단, 파업시 무노동 무임금과 같은 조 항의 수정을 관철시키려할 가능성도 있다. 단일노조 여권은 또 본격적인 여야 재협상 국면에 돌입할 경우 두 야당의 갈등과 함께 야당과 노동계의 반목도 표출시켜 대여 공동전선의 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여권 노동법 시행 유보도 선택 가능
여야의 날치기법 재개정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해 타협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정부는 3월1일부터 시행토록 돼 있는 노동관계법을 사 실상 유보시켜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이 방안 은 노동관계법 시행 지연의 책임을 야당쪽에 넘김으로써 날치기 파동에 따른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난다는 전략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날치기 재 협상은 한보그룹의 대형부도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과 맞물려 또다 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정수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