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희망의 사람들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인터뷰/ 가비간 아넬 구스만 사무국장

가비간(KAIBIGAN)의 아넬 구스만(41) 사무국장은 필리핀 정부의 노동자 해외송출제도에 대해 “비록 필리핀이 임금 송금 등으로 단기적인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숙련노동력·고급노동력의 유출로 장기적으로는 손실” 일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또 4백만명에 이르는 이들 해외송출 노동자들이 “하루에 두사람씩 숨지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 95년 명동성당에서 열린 한국통신 노조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그는 이 밖에 ‘한국총파업’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노동자 해외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해외진출 노동자들이 외화를 송금해 경제를 크게 돕는다고 하지만, 인력 의 해외유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다. 특히 숙련 노동자들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필리핀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든 다. 예를 들어 지난 12월 라모스 대통령의 목 경동맥 수술을 한 의사는 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데 미국으로 이주한 필리핀인이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하지만, 이런 문제는 사실 심각하다. 학생들도 공부보다는 외국 으로 나가는 데 더 큰 흥미를 갖고 있다. 결국 필리핀이 지출한 교육, 훈 련비용도 국내에 이익을 주기보다는 다른 나라에 이익을 주게 되는 것이 다.

-정부의 노동자 수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도 큰 고민을 안고 있다. 노동자 수출이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해외 필리핀 노동자의 권리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 자 수출이 사회적·경제적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해결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엄청난 비용의 중개료를 없애야 한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에 ‘불법적’ 으로라도 취업하고자 한다면 국내에서 번 몇년치 월급을 갖다 내야 한다. 브로커들이 중간에서 막대한 돈을 가로채 그들만 부자가 되고 있다. 그리 고 한국은 경제구조상 외국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 자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필리핀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좀더 안전한 노동조건에 서 일할 수 있다. 산업연수생제도 대신 정부간 협약을 만들어 외국인 노 동자를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민간단체에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진보적 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점점 큰 관심을 갖 는 것 같아 무척 기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인 노동자 사회를 이해 하는 것이나 상호연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같다. 일본의 단체들 은 해마다 여름 필리핀으로 ‘교육여행’을 온다. 한국학생은 필리핀 유 학생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따라서 한국 유학생들이 이런 문제 에 대해 이해하고, 연대하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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