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이광모 감독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이광모의 출발이 산뜻하다

영화 <희생>이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팬이라면 이광모(36)란 이 름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른바 예술영화라는 이들 작품을 ‘과감히’ 극장에 내건 영화사 ‘백두대간’의 대표다. 중앙대 영화과 교수이기도 한 그를 주변에선 독립운동가에 빗대기도 한다. 상업영화만이 판치는 국 내에 예술영화를 소개한 그의 열정에 대한 칭찬 같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영화사를 세울 때부터 “언젠가 내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그로선, 이제 그 약속을 지키는 셈이다 .

그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Spring in My Hometown)은 6�25를 배경으로 미군이 주둔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삼는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미군과 포주, 양공주들의 삶을 통한 비극적 가족사가 거기에 스며든다. “한국 현대사라는 거대담론이 가족과 인간관계에 어떻게 스며들었는가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시절>은 시나리오만으로도 이미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95년 ‘하틀리-메릴 국제시나리오공모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데 이어, 오 는 2월2일부터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의 ‘시네마 트’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시네마트에선 오로지 시나리오의 작품성과 흥 행성을 심사한다. 작품이 선정되면, 세계적인 영화제작사들의 제작지원 우선순위 목록에 올라간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매년 수백편의 시나 리오가 로테르담으로 몰려가지만 선정되는 작품은 40~50편 정도다. 국내 영화 시나리오가 초청된 것은 <아름다운 시절>이 처음이고.

오는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이 영화는 앞으로 긴 여정을 남겨두고 있 다. 하지만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내년 봄, 괜찮은 영화를 보게될지 모르겠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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