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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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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 문화의 수수께끼2'/주강현 지음/한겨레신문사 펴냄.)
“관념철학의 비밀은 신학(종교)이고, 신학의 비밀은 인류학이다.” 철학 자 포이에르바흐는 인간의 사상과 철학, 나아가 종교의 원천에 바로 인간 자신이 있다는 것을 갈파했다.
인류의 진화론적 기원을 다룬 <오리진>의 저자인 인류학자 리차드 리키는 미래로 시선을 돌렸다. “인류의 미래는 결정적으로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그 하나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다 른 하나이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이 두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 는가 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특히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세계관과 인간관을 요구할 지 모를 다음 세기를 코앞에 두고 인류문화의 기원, 한국적으로는 한민족 의 원류와 문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는 일들이 일반 대중들 에게까지 의미있는 사색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그것은 포이에르바흐의 아포리즘처럼 인간이 건설해온 관념의 집이, 이제는 새로운 건축방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반가움 혹은 두려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 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대는 갑자기 돌출하는 것이 아니 다. 수백년, 수천년에 걸친 수용과 배척의 장구한 변증을 통해 축적된 문 화가 그 축적의 동력으로 질적인 변환을 일으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비약적 도약만큼이나 힘을 가진다. 문 화와 과학은 인류 문명의 두 가지 바퀴인 것이다.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가 대중들에게 펼치는 문화인류학적인 진술은 그 래서 오늘날 미래의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겐 시의적절한 것 이다. 지난해 출간된 첫권이 국내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0만부 가까 이 팔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도 그만큼 사람들의 고민 속에 알게 모 르게 인간의, 문화의, 문명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 로 보인다. 이 책 이외에도 최근 인문학 관련 서적, 특히 문화인류학의 꾸준한 인기는 오늘날 한국대중들의 지적 혼돈과 극복의 과정을 일단이나 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문화현장을 발로 누비며 한민족 문화의 원 형에 천착해 온 저자 주강현씨의 <우리 문화의 수수께기> 2권은 전편과 동일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가 말한 대로 “1권을 쓰고나서 반응이 좋으니 2권을 쓴 게 아니라” 원래 기획된 책쓰기의 나머지 결과가 2권으 로 묶였다. 그래서인지 인기를 등에 업은 매너리즘이나 허세가 이 책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성실함은 이 분야의 큰 미덕임을 이 책이 보여준 다고 할까.
그렇지만 전문학자가 스스로 문화의 많은 양상을 ‘수수께끼’로 분류하 는 것은 아마도 부끄러운 일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문화의 기원에 관해 좀더 지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 길면 1세기 짧으면 반세기 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그것은 누군가가 감수해야 할 부끄러움이 다. 그런 방법을 통해 대중적인 관심이 더욱 넓은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 다면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 문화의 뿌리에 대한 다양한 독서행위가 입시 나 비즈니스 상담에서까지도 유용한 것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인 문학의 실용적 활용이야말로 이른바 문화 소프트웨어의 원천적 힘이기 때 문이다.
주강현씨의 이번 2권은 15가지의 우리 문화의 원류를 다루고 있다. “엿 먹어라”라는 욕중에서 왜 하필이면 떡도 곶감도 아닌 ‘엿’일까를 다룬 대목은 지금도 우리 일상에 살아 있는 옛 문화의 유구성을 보여준다. 구 들(온돌)이 고구려시대에 태동해 1천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전 한반도로 퍼진 과정은 문화의 접촉과 수용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 주기도 한다. 고대로 돌아가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의 비밀은 한국 문화의 원류가 도대체 어디서부터일까 하는 원초적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 다. 수수께끼를 푼 것이 아니라 비밀의 핵심에 한걸음 정도 접근한 것이 지만 그 자체로도 비밀을 푼 것만큼의 지적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중국 시베리아 몽고일대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이른바 ‘알타이문명’의 실체를 희미하게 나마 확인시키는 것일까. 우리의 먼 조상은 알타이산맥 저쪽에서 해뜨는 동쪽으로 온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왜 암각화는 경상도 지역에만 집중 분포하는 걸까. 온갖 역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만 답변은 여전히 ‘ 수수께끼’다. 아직도 이런 문화의 뿌리들은 많은 고고학적 발견과 문화 사적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속에 거의 끊어져 버린 실을 연 결하려는 노력의 한 지점에 이 책이 있다. 그리고 그 밖에 많은 비슷한 각고의 연구와 저작들이 함께 어깨를 부추기며 독자들의 성원을 기다리고 있다.(한겨레신문사 펴냄, 값 7천원)
이인우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