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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록의 비디오파일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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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형제도는 인간의 평화를 위한 것인가. 사형수와 감옥제도에 관한 영화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지난해 <데드 맨 워킹>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형제도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사형대에 누운 숀 펜이 손을 툭 떨구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이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인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으리라.
비디오 마니아들에게 단연 사랑을 받는 분야 중 하나는 이 사형제도와 감 옥을 다룬 영화다. 가장 버림받은 곳, 가장 밑바닥인 곳이 바로 감옥인데 그 중에서도 사형수의 감옥. 그래서인지 영화는 대개 억울한 인물들을 주 로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상당수에 이 르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거장 로버트 와이 즈에 의해 58년에 제작된 <나는 살고 싶다>(I Want to Live·1991, 대우) 도 그 가운데 하나다. 캘리포니아 버뱅크 과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가스실에서 이슬로 사라진 여인, 바버라 그레이햄의 실제 이야기를 다뤘 다.
그레이햄은 살인사건 피의자인 두 남자와 함께 행동했다는 증인들의 진술 하나로 형집행을 받았는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레이햄이 방관자에 불과했으며 그 사건 자체보다 매춘, 위증죄 등 이전의 전과 때문에 유죄 선고를 받았음을 은근히 암시했다. 영화가 개봉됐을 때 사건을 담당했던 법정 관계자들이 “할리우드의 뻔뻔스런 장난”이라며 흥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연기파 배우 중 아카데미 상복이 없는 배우들을 거론할 때 늘상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수잔 헤이워드(47, 49, 52, 55년 4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 상 후보에 올랐으나 한번도 수상하지 못함)인데 이 영화는 그레이햄 역을 맡은 그에게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 뉴욕 비평가협회 최우수 여우주연 상, 그리고 한맺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안겨주었다. 당시 <뉴욕타임 스>는 “그처럼 생생하고 강렬한 연기는 처음”이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국제사면위원회는 “이 영화를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 20세기에도 마녀들 이 화형당하는 비윤리적인 풍습은 이제 선사시대의 유물로 남겨져야 한다 ”고 살인제도 폐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그 뒤 약 40년이 흐른 96년 세계적인 섹시스타 샤론 스톤이 97년 아카데 미 여우주연상을 노리고 온몸으로 연기를 했던 <라스트 댄스>(Last Dance ·1996, 스타맥스)가 만들어졌다. 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는 아카데미 감 독 후보에 몇번씩 올랐던 인물이고 그가 만든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89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메이크업상 등 4개 부분을 휩쓴 바 있다.
살인죄로 사형을 언도받고 집행을 기다리며 12년간 교도소에 감금돼 있는 신디 리겟 역을 맡은 샤론 스톤은 40년 선배 수잔 헤이워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샤론 스톤은 마약과 매춘을 일삼았던 버림받은 여인 역을 나름대로 훌륭히 소화해냈다는 호평을 받았으나 아카데미상 수상 여 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원초적 본능>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연민과 사랑을 자아내게 만든 샤론 스톤의 연기엔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 밖에 몇 작품을 더 살펴보자.
수잔 서랜든과 숀 펜의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1996, 스타맥 스). 수잔 서랜든의 연하 남편이자 감독 겸 연기자인 팀 로빈스가 연출을 맡았던 작품인데 사형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한 고발을 중심으로 만들어졌 다. “죄를 논하고 벌해야지, 인간을 벌하려고 만들어진 ‘제도’는 폐지 돼야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다. 사형수역을 맡은 숀 펜은 이 작품으로 96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수잔 서랜든은 96 아카 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일급살인>(Murder in the First·1995, 폭스). 어린 나이에 단돈 5달러를 훔치다 3년형을 선고받고 일급살인자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 최악의 형무소인 알카트라즈에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비운의 주인 공 헨리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 케빈 베이컨, 악명높은 소장 게리 올드만 , 그리고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려는 젊은 변호사 크리스찬 슬레이터. 이 세 연기자가 양심선언과 인간승리의 폭넓은 연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 전 미 비평가협회가 그해 최고의 베스트 무비로 선정한 작품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으로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 을까? 예수께서 오늘날 다시 나타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치라”고 말할 때 우린 어떻게 행동할까? 가슴에 손을 얹고 뒤돌아 설지, 더 큰 돌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릴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