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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칼럼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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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이 국내에 발매되는 일 만큼이나, 이 음반의 주인인 스매싱 펌킨 스에 대해 평하는 일도 때늦은 일이다. 이 ‘끝내주는 호박들’은 미국 시카고 출신의 4인조 록 밴드이고, 이 음반은 1994년에 발표된 싱글 B-si de 모음집이다. 정규 앨범도 아닌 음반이 라이센스로 발매된다는 사실, 그것도 3년 뒤에나 발매된다는 사실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 사이의 기간은 이들의 ‘지위’- 특히 한국에서의 지위 -의 극적인 변 화를 보여준다. 1991년 정식 데뷔 당시 ‘얼터너티브의 사생아’ 정도의 평가를 받던 이들은 작년도 MTV 어워드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하고, 싱글 박스 셋 <비행기는 높이 비상한다>(The Aeroplane Flies High)까지 발매 하는 등 이제는 ‘국민 밴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의 음악은 시끄러운 퍼즈톤의 기타 사운드와 여리고 부드러운 보컬 사이의 극명한 대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그들의 곡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이런 특징이 그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영국 출신의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실험 이후 90년대의 많은 밴드 들은 ‘시끄러운 기타/ 부드러운 보컬’이라는 ‘공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사운드가 ‘혼돈’이라는 ‘얼터너티브적’ 정서의 반영이라는 간편 한 설명도 그렇게 틀린 것은 아니다. 펌킨스는 그 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 예를 들어 사이키델릭 록(및 힌두 음악), 프로그레시브 록, 헤비 메탈 등을 잡식한다.
그런데 그들은 얼터너티브의 ‘주류’인 그런지 록과는 태도를 달리 한다 . 언젠가 한번 자신들의 음악을 ‘아트 록’이라고 밝혔던 리더 빌리 코 건(Billy Corgan)의 말처럼, 펌킨스는 펑크의 반란 이후 경멸과 저주의 대상이 되어버린 70년대의 슈퍼밴드의 음악에 아무런 거부감을 보이지 않 는다. 그들을 얼터너티브 씬의 아이러니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 다. 스매싱 펌킨스가 ‘화려한(glamorous)’ 복장과 ‘록 스타’ 같은 태 도를 보이면서 그들의 아트 록을 연주했을 때 얼터너티브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후적으로 보면 이런 긴장과 아이러니는 얼터너티브를 하나의 ‘장르’나 ‘취향’으로 고정시키지 않으면서 생산적으로 작용했다. 적 어도 이제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는 그들 스스로 ‘얼터너티 브 슈퍼밴드’라는 더 큰 아이러니가 되고 말았다. 슈퍼밴드답게 밴드 내 부의 알력이 심화되었고 급기야는 드러머 지미 챔벌린은 약물 복용 스캔 들 끝에 해고되었다. 밴드는 거의 빌리 코건의 독재 하에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터너티브는 이제 또하나의 주류가 되고 말았다’라는 말이 평론가의 예의바른 상투구와 알리바이가 되어버린 지 오래인 지금 한국 팬들의 때늦은 펌킨스 열풍을 바라보는 ‘평론가’의 심사는 마냥 편안하지는 않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