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공연의 감동 ‘겨울문화 한마당’

(사진/문화 예술인들은 신분상의 제약을 극복하고 집회장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집회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번 파업과정 중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면 그건 문화패들의 공연 이었다. 개별적으로 벌어지던 문화패들의 연합공연이 지난 1월16일 명동 성당 앞에서 처음 열렸다(<한겨레21> 143호 참조). 그날의 뜨거웠던 열기 를 증폭하는 공연이 오는 2월2일 오후 1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주최 로 열린다. 원래 1월26일 여의도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파업투쟁 국면의 전환에 따라 일정이 잡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합집회에 문화 공연이 양보한 셈이다.

이날 공연 명칭은 ‘대통령 아저씨, 날치기였다고 한마디만 하세요’다. 공연 제목에 대해 범대위쪽은 “파업투쟁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 투입철 회, 영수회담 개최 등 일정 부분 승리를 경험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날치기가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정권에 대해 우리가 이 정도는 요구 할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이런 제목을 정했다”면서 “자축보 다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알리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 다. 범대위쪽은 그러나 이날 공연이 ‘가족과 함께하는 겨울문화 한마당 ’(부제)임을 상기시키며 “투쟁을 다짐하기보단 가족들과 함께 와 즐겁 게 놀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집회 뒤 으레 있는 거리행진도 피했으며 출연진들의 곡목과 멘트 내용도 완전히 열어놓 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극인 박철민씨와 ‘민중사회자’ 최광기씨의 사회로 3시간 가량 계속될 이날 공연의 출연진은 굳이 민중노래패들로 국한되지는 않는 다. 이런 무대경험이 많은 노래패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희망새, 노래마을 등이 빠지진 않지만 대중가수인 강산에, 패닉, 한영애, 안치환, 이정렬씨도 함께 한다. 또 록그룹 천지인, 메이데이, 이스크라, 민요패 아라리오, 가극단 금강, 정태춘·박은옥, 민중가수 최도은, 소리꾼 임진 택, 김명곤, 오정해씨도 이날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임신 9개월의 민중 가수 류금신씨도 이날 공연 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배부른 그의 열창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들 프로 노래팀들 외에도 서울지역 대학생노래패협의회(서대노협)를 비롯해 단위 사업장 노조, 공부방 어린 이, 주부, 외국인 노동자 등 각양각색 노래패의 풋풋한 목소리는 이날 공 연을 더욱 빛낼 것 같다.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주최쪽은 들을 거리 외에도 터울림, 살판 등 춤패를 동원해 볼거리 마련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총파업투쟁 승 리를 위한 공동영상제작단’(공영단)은 현장에서 클로즈업된 화면을 멀티 비전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텔레비전 중계가 되지 않을 것은 뻔한 이날 공 연을 녹화해 각 지방 노조·단체 등에 보낼 예정이다. 한편 이날 공연에 는 그동안 명동성당에서 파업정국을 이끈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도 나와 청중들을 맞는다.

공연을 준비하는 민예총 최준 기획부장은 “노래팀들이 이 무대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이전 집회에선 노래패 공연이 구색 맞추기 또는 끼어들기 식이었다는 감도 없지 않았는데 문화패들이 주체가 되는 이번 무대에선 손님이 아닌 같은 동지로 총파업 투쟁을 함께 한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요일 종묘에서 울려퍼질 감동의 노래공연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문의: 02-777-4014, 5)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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