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황일철 신용카드협의회 의장 인터뷰

- 금융인의 검은 넥타이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검은 넥타이가 의미하는 바는 무언가?

= 과거에도 은행, 카드사 등에서 임·단협 과정에서 항의표시의 하나로 노타이 근무를 시행했던 적은 많다. 검은 넥타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의 사표시다. ‘근조 민주주의’, ‘전 노동자들의 종말이 왔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 검은 넥타이 착용 결의과정은 어떠했나?

= 12월26일 노동법 국회 날치기 직후 국민, 외환, 비씨 등 신용카드 3사 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고 12월29일 위원회에서 검은 넥타이 착용이 건 의됐다. 이어 곧바로 검은 넥타이를 구입해 다음날인 12월30일 전 조합원 에게 배포됐고 이는 상급기관인 전국사무노동조합연맹에 의해 일반 사무 직종에까지 확산됐다. 검은 넥타이 착용은 파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든 1월18일까지 계속됐다.

- 조합원의 참가는 어느 정도였나?

= 거의 100%였다. 증권가에선 검은 색이 주가하락을 의미하는 것이고 일 반 회사에서도 검은 넥타이는 피하는 분위기임에도 전 조합원들의 행동이 통일됐다. 간부들도 같이 행동을 하진 못했으나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 조합원 참가가 높았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87년 이후 사무직 노동자들이 보수화 경향을 띠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 만 최근 명예퇴직, 정리해고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 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3~4년간 파업의 경험도 없었고 노조 활동도 간 부 중심으로 이뤄졌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노동자다’ ‘믿을 건 노조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것 같다.

- 이번 파업 이후 조합원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나?

= 그동안 잠재돼 있던 욕구불만이 도화선이 돼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혀 야 되겠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다는 의식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 권리의식이 높아진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들의 생각을 적극 반영할 생각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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