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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맛 기행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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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남마을의 빙어요리. 조림과 튀김, 구이로 하여 일본에 수출도 한다.)
스키가 겨울철 레포츠로 보편화하면서 스키장마다 만원을 이루고 있다. 하얀 눈발을 원색으로 수놓으며 미끄러져 내리다보면 스릴과 낭만에 젖어 웬만한 추위는 아랑곳 없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열기에 빠져든 인파로 스키장은 계속 초만원이다. 그 다음쯤으로 많은 숫자의 겨울 인파로 하얀 눈밭을 수놓고 있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얼음낚시터다.
스키장은 활기차고 소란한 데 비해 이곳은 조용하다. 더러는 가족이 함께 와 오손도손 정겨운 분위기를 이루기도 하지만, 적막감마저 감도는 가운 데 호수 한가운데 둘러앉아 추위와 시간을 동시에 낚아내고 있다. 웅크리 고 앉아 얼음구멍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오금이 시릴테지만 현장에 가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특히 성냥개비만한 크기의 빙어를 건져올리는 현장은 더욱 가관이다. 연 이어 올라오는 빙어를 떼어내느라 계속 찬물에 손을 담그지만 손시려운 것조차 잊고 즐거움으로 가득 찬 모습들이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남 선착장과 양구대교로 이어지는 소양호 일대에 는 이런 꾼들이 때로는 1천여명 가깝게 모여들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모 습은 지금부터 2월중순, 빙어가 산란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하나같이 중무장을 한 차림이지만 정작 무기는 단순하다. 낚싯대 하나와 좌대, 소주 한병과 초장 그릇, 어쩌다 가스버너를 켜 놓기도 했다 . 잡아올린 빙어도 얼음판을 오목하게 파고 구멍을 뚫어 솟아오른 얼음물 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가끔씩 살얼음을 걷어내며 얼음물 속에 들어 있는 빙어를 나무젓가락으로 집어내 파닥거리는 채 초장을 찍어 입속에 넣고 소주를 한잔 털어 넣는다.
찬바람에 입술이 까슬까슬해질 정도여서 소주가 맹물같다고 한다. 그쯤 간 상황에 빙어 한마리가 별난 맛을 느끼게 할 턱이 만무하다. 하지만 흐 뭇해지는 표정으로 보아 추위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한점 오염없는 빙어를, 그것도 살얼음이 자박자박 얼어붙는 찬물에서 건 져내 그 신선함에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을 나름대로 해본다. 먹고 들이마시는 것이 모두 산소처럼 느껴질테니까. 뿐만 아니라 빙어철이면 이곳 신남의 부평리 선착장 마을도 한몫을 단단 히 해낸다. 낚시꾼들의 뒷바라지와 함께 빙어회를 먹으러 오는 미식객들 이 찾아오고, 설악산과 스키장으로 가는 여행객들도 들러 빙어회 맛을 즐 기고 간다.
상차림을 보면, 그대로 마셔도 좋을 맑은 냉수에 반짝거리는 산 빙어 20~ 30마리쯤을 담아놓고, 초고추장과 약간의 야채를 곁들여 내놓는다. 물속 에 젓가락을 넣어 꼭 잡아내 초장을 찍어 먹는다. 어설프게 잡으면 파닥 거려 얼굴은 온통 초장으로 얼룩지게 된다. 그래서 야채잎을 한점 뜯어내 빙어를 감싸 잡아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그것도 안쓰러울 경우, 튀김 가루에 넣어 온몸에 가루를 묻혀 튀겨주기도 한다. 값은 1만5천원이다. 그래서 이곳 마을은 집집마다 현수막을 내걸고 열기에 차 있다. 이렇게 겨울 한철을 보내고 나면 횟감으로 팔고, 활어차에 도매로 넘기고 하며 벌어들이는 돈이 몇집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어림잡아 1억대에 이른다 는 것이고, 별 벌이가 없던 마을이 이제는 겨울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눈길이지만 발걸음이 바빠진 주민들은 작은 빙어가 사람을 먹여 살린다며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 넘쳐 있다.
얼음낚시 안내와 교통편은 38휴게소(0365-461-3838) 문종만씨에게 문의할 수 있다.
영양소 덩어리 일본으로 나간다
소양호에 처음 빙어를 방류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철저하게 한물 어종인 빙어는 섭씨 10도 이하에서만 생존해, 12월 중순쯤부터 상류 에 얼음이 얼면서 서서히 올라온다. 이렇게 올라오는 빙어는 한겨울 동안 대략 1백t 가량 건져올린다. 이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해 조림과 훈제 등으 로 가공해 일본으로 수출도 하게 됐다.
신남수산(0365-461-7953) 강시영(65)씨에 따르면 빙어는 전혀 공해가 없 고,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단백질과 칼슘 덩어리여서 일본에서는 이것을 수입해다 초등학교 급식용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판다며 국내 보급이 아쉽 다고 한다.
김순경/ 여행칼럼니스트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