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맥주의 원료 ‘녹색 황금’

서양 사람들은 갖가지 약초 및 향초를 사용해왔다. 중세 이래 맥주 제조 시에 많은 약초를 넣었는데, 오늘날까지 쓰이는 것은 호프이다. 맥주의 원조인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서는 호프를 쓰지 않았다. 이때 맥주 는 우리나라 탁주와 유사했을 것이다. 호프는 맥주의 맛과 신선도를 향상 시켰으며, 특히 보존성이 늘어나 대량 유통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호프는 암그루와 숫그루가 따로 있는 덩굴식물의 꽃으로서, 마치 작은 솔 방울 같이 생겼다. 맥주용 호프는 암그루의 꽃으로 만일 암, 숫그루를 같 이 심으면 수정이 일어나 호프의 중요 성분이 감소되므로 암그루만 재배 한다. 호프는 냉량성 작물로 햇볕이 잘 들고 서늘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 에서 잘 자란다.

독일의 어떤 호프 농장에서 일하던 여성들 전원에게 2~3일 사이에 멘스가 있었다. 또한 남성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올랐는데, 이것은 호프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의 작용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수녀들의 생리불순에 호프를 끓여 마셨다 한다. 체코의 농민들은 베개 속에 호프를 넣는 습관이 있다. 왜냐하면 호프 베개를 베고 자면 숙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프의 노란 가루 속에 진정 작용이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그 리하여 독일에서는 호프를 녹색황금이라 부른다.

호프는 맥주에 특유의 쓴맛과 향기를 내게 한다. 탁한 것을 맑게 해주며, 잡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예방약이 바로 맥주인데 이는 호프의 탁월한 이뇨작용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날 맥주는 호프 없이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 호프가 맥주 양조에 기여하는 성분은 수지와 유기산이다. 이들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며, 맛과 향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간혹 맥주 거품이 지나치게 솟아오르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종기/ 오비씨그램 생산팀장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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