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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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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컴퓨터통신 공간의 법적책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검열 철폐를 위한 시민연대 활동을 벌이는 진보통신단체연대모임.)
PC통신의 환경변화는 눈부실 정도다. 불과 5~6년 전 초기 통신 이용자들 은 2천4백bps속도의 모뎀을 갖고도 무슨 마술기기라도 되는 양 신기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통신에 접속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보다 14배나 빨라진 3만3천6백bps 모뎀에도 ‘고속’이라는 표현을 붙이기 민망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회사나 대학연구소등의 전용선을 통해야 가능하던 56Kbps 이상 의 통신속도를 97년 중반쯤이면 전화선을 통한 접속에서도 맛볼수 있게 될 것이다.
신규 정보업체 대거 등장해 수준 향상
컴퓨터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크게 늘어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 안, 하이텔(가나다순) 등 기존 대형 4개 통신서비스회사 외에도 LG, 한국 이동통신 등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새롭게 이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 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들린다. 게다가 KOTIS(무역정보), 마이넷(청소년, 여성정보 중심) 등과 같이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린 중소 규모의 PC통신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어, 이용자들에게 97년은 서비스 선택의 즐거 움을 누릴 수 있는 한해가 될 것이다.
또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 살풍경한 고용불안을 배경으로 PC통신에 정보 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업이 제1의 유망사업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에 서도 보듯, 97년 한해는 무수히 많은 신규 정보업체들이 나타나 아직은 빈곤하기 이를 데 없는 국내 DB산업의 내용을 다양하게 하고 그 수준도 좀더 높여줄 것이다. 3~4년 전만 해도 연구실의 몇몇 전문가들이나 소수 전공학생들만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인터넷이 급격히 확산돼, 초등학 교에까지 전용선을 갖춘 인터넷 교실이 점차 보급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개인 사물과 직장인들의 명함에 E-mail 주소가 당당하게 한 자 리를 차지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PC통신의 물리적 환경은 이렇게 달라졌건만 PC통신 그 자체의 기 능과 문화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뜻있는 통신인들의 지적이다. PC통신의 전자게시판에는 진지한 대화나 토론 못지 않게 냉소 적인 독설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게시물이나 자료를 통신 에 올렸을 때 그 책임을, 자료를 올린 이용자가 지는 것인지, 망을 제공 한 서비스회사가 지는 것인지에 관한 법규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초등학 교에서 고교까지 12년에 이르는 교육과정 그 어느 구석에도 정보통신사회 를 살아가는 기본예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런 탓인지 지난해에는 그 어느 매체보다도 자유롭다는 PC통신 공간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서 폐쇄되기도 했고, 이에 반발한 이용자들 이 ‘PC통신 검열백서’라는 항의성 보고서를 배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 기도 했다. 97년에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연 초부터 정보통신부는 ‘필요에 따라 통신공간의 폐쇄를 집행할 수 있다’ 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추진해, 통신이용 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찰은 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출신 포르노 모 델의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에 배포했다고 해서 한 20대 직장인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가상공간에서 개인이 누릴 수 있 는 자유와, 져야 하는 책임을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이미 새해 벽두부터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97년에는 또 PC통신이 단순한 정보매체가 아닌 여론 매체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다지게 될 것이다. PC통신에 오르는 글에 대한 사전조정이나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PC통신은 여론의 반응을 탐지하 는 섬세한 촉각의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몇몇 서비스회사에서는 대선 개표현황의 온라인 중계 뿐만 아니라 선거전에 나선 대선 후보들의 PC통신 온라인 토론회, 통신의 텔레리서치 기능을 이용한 사전 여론조사, 선거 뒤 출구조사 등 다양한 선거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각 서비스회사마다 올해 경쟁적으로 개정해서 내놓게 될 전용 통신 프로그램들은 통신 명령어를 익히고 키보드를 조작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통신에 입문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97년을 기점으로 새로 통신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구식 이용법에 젖은 이용자들보다 훨씬 편리하게 통신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국내 PC통신과 인터넷 구분 없이 마우스 하나로 펀리하게 통신세상 구석 구석을 여행할 수 있게 되며, 인터넷 웹서비스의 멀티미디어적 장점이 국 내통신에도 그대로 적용되게 된다.
손쉬운 입문과정… 멀티미디어 기능 확산
현재 롯데백화점 등에서 한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도 97년에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한솔그룹이 상반기에 인터넷 상거래 서비 스를 시작할 계획이고,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전자상거래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한 신세계백화점, 최근 전자상거래 전담자회사인 ‘메타랜드’를 설 립한 현대백화점, 이 밖에 LG유통 등이 올해 안에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변화를 그려보는 과정에서도 가시지 않는 궁금증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보편적인 공공생활서비스로 자리잡을 PC통신에서의 법적 책임과 문화적 준거 틀이 과연 어떤 모양으로 규정되어갈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정부와 이용자, 그리고 업계 모두가 97년에도 계속 고민하면서 같이 풀어 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성혜령/ 나우콤 전략기획팀 과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