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컴퓨터 세상 신기술 탐험

(사진/개인용 컴퓨터는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멀티미디어 기능의 강화로 텔레비전의 아성에 강력히 도전할 전망이다.)

‘PC와 텔레비전의 대결’. 간편하고 친근한 텔레비전과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개인용 컴퓨터는 90년대 멀티미디어 PC시대에 접어들면서 종 종 경쟁상대로 비교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을철 컴덱스에선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사장이 “앞으로 텔레비전은 PC 의 경쟁상대가 될 것”이란 요지의 특별연설을 했다. PC가 더욱 빠른 처 리속도를 갖추고, 더욱 많은 멀티미디어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PC관련업계는 ‘텔레비전 시장 잠식’을 겨냥한 작전명령을 서서히 수행 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CD 7배 초고밀도 저장매체 등장

올해 PC의 주요 흐름은 역시 멀티미디어 기능의 혁신이다. 94년부터 폭발 적으로 일기 시작한 인터넷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멀티미디어의 한단 계 도약을 실현하는 각종 하드웨어들이 선보일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신기술은 DVD와 MMX. DVD롬 드라이브는 현재의 CD롬 드라 이브를 대체하는 차세대 제품이다. MMX는 기존 펜티엄 칩에 멀티미디어 강화기능으로 내장되기 때문에 PC의 겉모습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

DVD는 CD와 마찬가지로 지름 12㎝의 원반형 제품이나 CD의 7배, 3.5인치 플로피디스크에 비해선 1천8백배나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초고밀도 저장매체이다. 그래서 DVD에는 CD나 플로피디스크에 담을 수 없는 고해상 도·고음질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손쉽게 담을 수 있다. 고화질 텔레비 전(HDTV)의 선명도와 음악CD의 섬세함을 자랑하며 8개 국어 동시녹음·자 막처리 기능까지 갖춰, 1백35분짜리 영화 한편을 너끈히 담아낸다. 게임 광은 DVD롬 게임를 통해 화려한 3차원의 그림과 소리를 즐길 수 있다.

당연히 DVD는 97년 전자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DVD 플레이어를 이미 선보인 데 이어, 엘지·대우·현대·가산전자 등 다른 전자업체들도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기술표준이 마련되는 대로 2월 말 또 는 3월부터 DVD롬 드라이브와 플레이어의 본격적인 국내 판매에 나설 태 세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DVD롬 드라이브를 집에 사놓는다 해도 당장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 이전에 CD롬 드라이브와 플레이어가 개발된 뒤 볼만한 CD롬 타이틀 시장이 변변하게 형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던 것처럼, DVD 롬 타이틀이 일반화하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는 것이다.

DVD 개발에 때맞춰 MMX 칩도 출시되고 있다. MMX는 세계 최대의 칩 제조 업체인 인텔이 최근 개발한 멀티미디어 가속처리 기술. 기존 펜티엄과 펜 티엄 프로 칩에 영상과 소리 데이터를 고속처리하는 57개 명령어가 추가 되는 등 멀티미디어 처리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 칩과 비교하면 MMX 칩이 60% 이상 빠르게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처리 한다.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8비트나 16비트 단위로 만들어지는 게 보통인 데, MMX는 이를 8개씩 또는 4개씩 한데 묶어 64비트 단위로 한꺼번에 처 리하기 때문이다. 1월8일 이 제품이 처음 발표된 이후 현대전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대부분의 국내 PC업체들이 ‘`MMX PC’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 이달 말부터는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가격은 MMX 칩이 기존 칩보 다 20% 정도 비싸다. 현대전자의 경우 MMX 칩과 DVD롬 드라이브를 단 PC 를 최저 2백50만원대(166㎒)에서 최고 3백98만원(200㎒)까지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인텔쪽은 “MMX 기술은 지난 10년간 이뤄진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의 발전 가운데 가장 획기적인 것”이라며 “이를 이용하면 3차원 비디오카드와 음악시디 수준의 소리카드를 장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에겐 경제적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펜티엄 컴퓨터 사용 자라면 주기판까지 함께 갈아야 MMX 칩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전송속도 대폭 개선… 무선화 PC도 등장

인터넷은 올해도 여전히 주요 개발분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 터넷 통신과 관련한 하드웨어에서도 큰 기술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 그 대표적인 분야는 모뎀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초당 33,600비트의 전송속도가 신기술로 등장한 데 이어 올해엔 1초당 56,000비트의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속속 선 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속모뎀으로 통하 던 28,000bps급 모뎀의 시대도 올해엔 한꺼풀 접히기 시작할 조짐이다. 오는 3월께로 예정된 56,000bps 모뎀의 출시를 앞두고, 세계 최대 모뎀 제조업체인 US로보틱스쪽은 “56,000bps 모뎀의 시장점유율은 내년까지 5 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내에선 한솔전자가 처음으로 5 6,000bps 모뎀을 자체개발해 오는 3월께부터 판매에 나선다.

PC의 겉모습 자체를 바꾸는 기술개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PC업계는 복잡 한 컴퓨터를 간편화하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복잡하 게 얼기설기 이어진 컴퓨터와 주변장치의 연결선들이 단순화하거나 무선 화하는 경향이 PC 기본사항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계속될 것 같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기술은 ‘유니버설 시리얼 버스(USB)’. 모니터 스 피커 프린터 키보드 마우스 따위를 PC에 달기 위해 본체의 뒷부분에 6~7 개의 연결선을 이리저리 꼽는 기존 방식 대신, USB를 이용하면 주변장치 연결선을 단일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체에 모니터를 연결하고, 모니 터에 키보드 연결선을 꼽고, 키보드에 프린터를 연결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주변장치를 계속 이어붙일 수 있다.

삼보컴퓨터 상품기획팀 이혜성 과장은 “이어붙이기식으로 연결할 경우 본체와 주변장치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며 “ 이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표준들(OSR2.1,`IEEE1394 등)이 속속 나오고 있 다”고 말했다. 현재도 일부 컴퓨터들은 이런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아 직까지는 만족스럽게 사용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결선을 아예 없앤 경우도 있다. TV리모콘처럼 적외선을 써서 무선화하 는 방식이다. PC본체와 프틴터, 키보드 등에 적외선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장치를 달아 무선상태에서 PC본체와 주변장치를 이어주는 것이다. 무선 키보드나 마우스로 인쇄 명령을 내리면 역시 무선상태의 프린터에서 인쇄 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95년 말 적외선 데이터 송수신과 관련한 기술표 준(IrDA)이 마련돼 현재 IrDA2.0까지 나왔는데, 지난해 가을 컴덱스에서 인기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윈도95엔 이미 무선 데이터 송수신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PC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신제품들도 갖가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제품군은 어려운 컴퓨터와 간편한 가전제품을 결합하는 형태로 주로 나타 나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TV와 휴대형PC(HPC)가 이 분야에서 주목의 대상 이다. 시제품 정도만이 나왔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부터는 이들 제품의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TV 등 신개념 PC시장 형성 채비

인터넷TV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대우전자가 ‘개벽 인터넷TV ’를 선보인 바 있지만, 판매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아직 TV와 컴퓨터 는 따로 구입하는 제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고, 인터넷 통신 자체에 대 한 수요가 소비자에게 넓게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대우전자쪽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앞다퉈 인터넷TV의 출시를 서두 르고 있고, 국내에서도 삼성·엘지전자 등의 업체들도 오는 4월께부터 잇 따라 시판에 나선다는 시간표를 짜두고 있다.

인터넷TV의 장점은 예컨대 뉴스 방송을 시청하면서 화면의 한 귀퉁이를 이용해 증시 상황과 관련한 인터넷 정보검색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 텔레비전이 뉴스나 드라마 따위를 가만히 앉아서 보는 일방향 매체가 아 니라 풍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이게 되는 것이다. 마이 크로소프트도 최근 인터넷TV에 걸맞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겠다고 발벗고 나서, 인터넷TV 붐은 올해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대 우전자는 `개벽 인터넷TV 29인치짜리를 1백80만원대에 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휴대용 PC전용 운영체제로 개발한 윈도CE를 탑재한 휴 대형 PC는 국내에서 엘지전자가 독점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의 한글판은 4월 이후 모습을 드러내 PC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개인휴대정보단말기 시 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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