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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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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레멘대학 경제학과 홀거 하이데 교수(왼쪽 사진)가 ‘한국총파업’과 관련해
지난 1월20일 한국 노동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에서 하이데
교수는 이번 1월 총파업에 세계가 높은 관심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이
번 총파업이 세계화라는 총자본의 공세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또 이번 총파업이 “아직도 세계
화 공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하는 여러나라 민중들에게도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하이데 교수는 39년생으로 독일 킬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노동운동과 생태계> 등 다수의 저술을 갖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세계 경제론, 노동과정론, 경제와 생태계 등이다. 이 편지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소장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가 내는 월간지 <현장에서 미래를> 2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연구소의 허락을 받아 전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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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뒤흔든 총파업의 물결이 일단 멈췄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싸움 자체가 정지된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 대와 공감을 가지고 이 싸움을 지켜보았습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물론이요 한국 사회 전체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번 1996 ~97년 싸움은 1987년 여름의 노동자 대투쟁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중 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이 싸움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그 하나는 구시대의 군부독재적인 권위주의체제의 부활(이미 1987년 대투 쟁을 통해 한국 민중이 쳐부순 것)을 저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또다른 하 나는 한국의 노동자 운동이나 여타 민중운동이 이번 싸움을 통해 지금까 지 개별기업 차원에서 주로 임금인상투쟁만 해오던 양태를 크게 뛰어넘어 그 싸움의 범위와 차원을 훨씬 고차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이번 싸움은 한 마디로, 거의 쿠데타식으로 통과된 개정 노동악법과 안기부법에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 노동자들이 총파업이라는 싸움을 통해 노동악법과 안기부법 자체를 아예 무시해버리는 시원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국경선을 뛰어넘은 투쟁
또 이번 한국에서의 사회·정치적 투쟁은 그 의미에서 한국이라는 국경선 을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은, 저 악명높은 자본주의 세계화의 ‘객관적 요청’(세계화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식의 이데올로기)에 무자비하게 적응해가도록 강요하는 힘들에 대해 전면적인 거부와 저항을 조직해낸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이번 한국 노동자들의 싸움은 온 세상의 진보적인 세 력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고도 남았던 것입니다.
사실상 민중들의 안정된 사회생활과 정치적 기본권을 파괴하려는 저들의 권위주의 권력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날뛰고 있습니다. 독 일과 같은 서구 선진자본주의사회는 물론이요, 이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 한 나라에 속하는 여러 사회에서도 이러한 침탈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 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침탈을 하는 자들의 ‘주장’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똑같다는 사실입니다. 즉 자기 나라만 빼고 다른 나라들은 더 경 쟁력이 있으며, 복지 수준이나 민주적인 권리측면에서도 다른 나라들이 훨씬 낮아서 자기 나라가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범지구적인 경쟁이란 결코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것은 오히려 지구상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을 범지구적으 로 파괴하려는 자본의 총공세 전략에 의해 나온 인위적 산물입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 노동자들의 싸움은 최근의 프랑스에서나 멕시 코,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의 싸움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전면적 저항의 성격을 띠는 것입니다.
제도권 타협, 값비싼 대가 치를 수도
물론 한국 노동운동이 애초 가졌던 목표들은 분명히 아직 이뤄지지 않았 습니다. 이 목표들이 여러 정당 사이의 협상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의 국제적 경험을 볼 때 의문시됩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당간의 대화 제스처를 통해 ‘정치가’들은 파국으로 빗나간 정치상황을 수습해 다시 권력을 자신들의 손으로 장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올바를 것입니다. 김영삼의 입장에서도 약간의 양보를 통해 의회라고 하는 제도 권 안으로 야당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개악된 노동법에 대해 뒤늦게나마 야당의 동의를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자 를 비롯한 민중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제도권 내 타협의 결과가 아주 값비 싼 대가를 치르도록 다가오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바라건대 한국의 투쟁하는 민중들이 결단코 승리하여 반인간적이고 반생 명적인 세계화 논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를 두손 모아 빕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세계화 공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몰라 하는 여러나 라 민중들에게도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997년 1월20일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제학 교수
홀거 하이데 드림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