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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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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양선박은 지난해 9월 2백어여억원을 들여 자신보다 덩치가 큰 대동조선을 인수했다.)
한보그룹이 약 5조원의 금융권 대출금을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빼돌렸다 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이 당진제철소 건설을 위해 그동안 한보 철강에 쏟아부은 4조9천5백억원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혹은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가 사업계획서 작성 당시 2조7천억원에서 현재 5조7천억으로 2 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양선박의 이해할 수 없는 자금력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 해운회사인 세양선박의 실제 소유자가 정태수 한 보그룹 총회장이라는 것이다. 세양선박은 지난해 3월 소유권이 당시 최대 주주였던 추헌출씨에서 이도상 현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도상 회장은 정 태수 총회장의 두번째 부인으로 지난 83년 작고한 이수정씨의 동생이다. 정태수 회장의 처남인 것이다. 이수정씨는 정태수 총회장의 3남인 정보근 한보그룹 회장과 2남인 정원근 상아제약 회장, 4남인 정한근 한보그룹 부 회장의 모친이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이도상 회장은 지난 96년 3월 (주)한보 상무 자리에 서 물러난 뒤 세양선박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96년 3월16 일 83억원을 들여 세양선박 최대주주인 추헌출씨 소유 세양선박 주식 43 만8천여주(지분율 26.7%)를 모두 매입한 뒤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3월22일 다시 42억억원을 들여 세양선박의 재일교포 주주들로 부터 세양선박 주식 26만1천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42.7%로 높였다. 증 권감독원에 따르면 이도상 회장은 지난해 8월 세양선박의 유상증자 때도 다시 31억을 들여 27만7천여주를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회 장은 약 6개월 동안 무려 1백56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세양선박 주식 97만 6천여주를 매입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도상 회장의 자금 동원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자금이 실제로는 정태수 총회장의 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그룹 안 팎에서는 두번째 부인인 이수정씨에 대해 애정이 깊었던 정태수 총회장이 이씨의 형제들인 이경상 상아제약 부사장과 이도상 회장을 한보그룹에서 중용했으나 이도상 회장이 개인적으로 1백56억원을 동원해 중견 해운업체 를 인수할 정도의 재력가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세양선박이 지난해 9월 2백여억원을 들여 선박 건조·수리 업체인 대동조선을 인수한 사실과 관련해 더욱 증폭된다. 당시 세양선박 은 대동조선 최대주주로부터 이 회사 주식 63만7천여주(지분율 60%)를 2 백14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대동조선은 자산이 2천4백55억원에 95년 매출 액이 9백34억원으로 자산이 1천1억원에 95년 매출액 2백37억원인 세양선 박보다 외형이 훨신 크다. 외형이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한보그룹 관련설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세양선박이 한보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은 임원 구성에서도 제기된다 . 대표이사인 이 회장 외에 정남돈 사장이 전 한보철강 상무였고 신영균 감사도 한보철강 주식담당 이사 출신으로 한보그룹 출신들이 세양선박의 요직을 맡고 있다.
한보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태수 회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세양선박의 최대주주가 회사 경영의 뜻을 잃고 지난해 초 정 회장에게 회사 인수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운업 진출을 계획하던 정 회장이 세양선박의 회사 내용은 괜찮은 것으로 판단하고 처 남을 통해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세양선박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한보그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도상 회장 의 자금력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 정태수 회장과는 상관없이 별도의 상 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 과잉 책정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되는 것은 지난 94년 정태수 총회장의 6촌 동생인 정태섭씨가 삼천개발사를 세워 생석회제조업에 참여하면서 중소업체들로 부터 강한 반발을 산 적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정태섭씨와 정태수 총회 장의 관계를 밝혀낸 중소기업들은 생석회제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란 사실을 들어 한보그룹이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관계당국이 중재에 나서 삼천개발사가 더이상 생산능력을 늘리지 않고 생석회제조 중소업체 들의 협동조합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이처럼 한보그룹이 정태수 총회장의 친인척 명의의 위장계열사나 또다른 어떤 방법으로 자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의혹은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 가 공사 진행과정에서 2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철강업계는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가 국내외 유사 공장의 건설투자비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 르면 당진제철소의 t당 건설비 수준은 이 공장과 비슷한 전기로 방식의 설비를 갖춘 미국의 뉴커사에 비해 최소한 3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의 과잉 책정은 이미 95년 포항제 철 산하 포스코연구소가 지적한 바 있다. 포스코연구소가 95년 작성한 ‘ 한보철강의 경쟁력과 중장기 경영전망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 커사는 1백80만t 규모의 전기로 건설에 약 4억3천만달러를 투자해 t당 건 설비가 약 2백40달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계산방식을 적용할 경우 당진제철소는 t당 건설비가 8백달러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 당진제철소는 뉴커사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전기로 방식보다 오히려 건설비가 훨신 많이 든다는 고로 방식의 포항제철과 비교할 때도 25% 가량 공사비가 더 소요 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제철에 따르면 포항제철소가 t당 4 백22달러, 광양제철소가 t당 7백52달러로 전체적으로 t당 평균 6백달러 정도였다.
결국 한보그룹이 금융권으로부터 확보한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의도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 은 위장계열사나 또는 당진제철소와는 무관한 한보그룹의 사업 확장, 또 현재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로비자금으로 흘러갔을 공산이 큰 것 이다.
실제로 한보그룹은 당진제철소 건설이 한창이던 시기에 기업 인수와 설립 을 통해몸집을 몇배로 키웠다. 94년 상아제약과 삼화신용금고를 인수했고 95년에는 역시 부도가 난 유원건설를 비롯해 대성목재 등 유원건설의 5개 계열사를 인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계열사는 94년 4월 4 개에서 96년 4월에는 21개로 늘어났다.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가 엉뚱한 분야로 흘러가 그룹의 사세 확장에 쓰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수서사건과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나타난 정태수 총회 장의 로비 전력을 볼 때 당진제철소 건설 투자비의 상당부분이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의 로비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크다.
“사업확장·로비자금에 썼다”
이에 대해 한보그룹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당진제철소 건설투자비가 애 초 예상보다 커진 것은 환율변동과 물가상승의 영향과 신규설비 도입에 따른 예상치 못한 자금 수요 때문이며 선발업체인 포철과 한보를 똑같이 비교하는 것도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양선박과 대동조 선의 위장계열사 의혹에 대해서는 “정태수 총회장의 친인척이 소유한 회 사라고 이를 바로 위장계열사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은행단과 검찰은 정태수 총회장과 한보그룹이 재산을 상당 부분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은닉 재산을 찾아나설 방침 이다. 한보그룹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는 의혹이 관 계당국에 의해 사실로 입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명 안재승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