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1997년02월06일 제 144호 한겨레21

인터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기호 신부

노동법에 묻혀 있는 안기부법 무효화를 위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가 톨릭 성직자들이 2월부터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사제단의 총무인 박기호 신부를 만나 사제단의 입장을 들었다.

-안기부법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이유는.

=총파업 정국에서 사제단은 민생문제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제도악을 보 장하는 안기부법 무효화에 더 관심이 많았다. 총파업 정국에서 안기부법 이 묻혔지만 운동단체에 안기부법을 계속 부각시킬 것을 강조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제단도 고난을 받아왔지만 안기부법은 분단이라는 불행한 상황과 관련돼 있다. 분단 해결은 21세기를 앞둔 한국사회의 최고의 관심 사이고 극복해야 할 최고의 과제이다. 이를 가로막는 날치기 안기부법에 당연히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날치기된 안기부법을 무효화하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 는가.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겨난다. 국가보안법 7조와 10조에 관련된 수사 권이 안기부로 이관되면서 생기는 것과 국보법 자체의 문제가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디서 수사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데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게 우리의 경험이다. 우리 사회에서 안기부가 몇년간 위축 돼 지내는 동안 발생한 공안사건은 그 이전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결국 날치기 안기부법 시행은 그런 부분을 완전히 복구하는 양상으로 나 타날 것이다. 국민의 삶은 과거 5, 6공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안기부에 의해 연출되는 죄악상으로 피폐해질 것이다. 때문에 국보법 위 반 사건도 정상적인 치안기관이 아닌 안기부가 수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결단코 부정한다. 또 내용적으로는 고무·찬양, 불고지 죄 등은 간첩이 대상이 아니라, 국내 민주인사와 학생 등 양심세력을 대 상으로 한다는 게 명백하다. 사제단으로서는 이 저항이 안기부법 철폐 문 제로까지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종교계의 움직임이 87년 6월항쟁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는데. =시작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는 날치기라는 것에 대한 저항이지만 이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안기부법 개악 가능성에 대한 계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사제단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또 신부들 대부분이 본당에 있기 때문에 신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그런 접촉 속에서 그들의 가정 생활의 피폐문제는 더이상 좌시할 게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펴진 것 이다. 결국 과거와는 달리 전 교구적인 참여가 가능했던 것이다.

-사제들은 이런 움직임을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가톨릭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의미는.

=1965년 끝난 성공회 정신은 세상과 하나 되는 교회이다. 세상 안의 관심 사, 세상의 문제들이 복음적인 실천과 떨어진 게 아니라 온전히 결합돼 있다. 세상의 평화가 곧 복음적인 기쁨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것이 사제 들로 하여금 현실문제에 대해 증거하고 나서도록 만드는 것이다. 공인된 것이다. 때문에 충분히 지지를 받는다. 전통적인 교리관이 아니고서는 아 무도 이런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어떻게 싸워나갈 것인가.

=정상적인 치안기관을 통해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번 싸움에서 안기부도 수술대상이라는 국민적 공감의 확산은 그 가능성 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법이 정리되는 정국에서 안기부법 문제에 좀더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이런 실패의 원인은 자질 이나 자격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지역감정과 기득권 수호 등의 직관적인 정서로 결정된 대통령선거에 있다. 결국 그 결정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인 부담을 국민 스스로가 되돌려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대통 령선거에 대한 문제로 연계시키겠다. 안기부법도 안기부법이지만 통일과 민주주의를 하려면 자기계층만 지키려는 수구적인 태도로는 안 된다. 교 회는 비록 가난한 자가 소수로 처져 결정권을 못 가질지라도 그 사람들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가는 복음정신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2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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