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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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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추기경의 손을 잡은 박찬종 고문.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날치기에 동승해야 하는 부담을 피했다.)
총파업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던 여권 대선주자들의 기존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노동법 정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람은 이홍구 대 표다. 당 대표로서 날치기를 주도한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은 데다 그동 안 보인 오락가락 행보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 기 때문이다.
이회창고문에도 민심 회초리
지난해 노동법이 국회에 넘어올 때만 해도 여야 협의를 거쳐 올 1월 임시 국회에서 순리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던 이 대표는 청와대의 ‘연내 처리’라는 방침에 따라 강경파로 돌아섰다. 정부가 인정한 민주노총 합 법화를 3년간 유보시켰으며,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새벽 날치기 처리를 결단했다. 그뒤 김심의 지원에 힘입은 그는 날치기 처리에 대해 “매우 잘한 일로 자랑스럽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1월8일 당무회의와 10일 고문단회의에서 당 중진의원들과 원 로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한 뒤부터 이 대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온건론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10일 오후 한국 노총 박인상 위원장을 찾아가 “공권력 투입을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다음날에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동계 대표와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제안 했다.
이처럼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주도하던 이 대표는 그러나 이날 낮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오면서부터 다시 강경쪽으로 선회했다. 명동성당 에서 청와대의 호출을 받고 김 대통령을 만나고 온 이 대표는 오후에 열 린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노동법을 재개정하지 않을 방 침이며, 영수회담도 건의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대표 다음으로 많은 정치적 손해를 입은 대선주자는 이회창 고문이라 고 할 수 있다. 대쪽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는 연말 날치기 버스에 탑승 한 자체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특히 이 고문이 초반 날치기에 대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유감이 지만, 야당도 물리적으로 국회 운영을 막은 것은 잘못”이라는 양비론적 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 고문 지지자들의 `‘실망성 이탈’은 눈에 보 일 정도였다. 이때 컴퓨터통신에 “대쪽도 별 수 없구나” “이회창 당신 마저”라는 류의 글이 쏟아졌던 것은 이를 잘 반영해준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당론에 따르던 이 고문은 그러나 지난 14일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영수회담도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수회담 수용을 제안했으며, “복수노조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법 재개정도 거론했다.
그는 이러한 차별화 시도로 어느 정도 대중적인 실점을 만회한 것으로 보 인다. 다시 컴퓨터통신에는 “그래도 이 고문밖에 없다” “당연히 할말 을 했다”는 글이 주를 이루는 등 고무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청 와대와 신한국당 주변의 일부 인사들은 “소신을 지키려면 애당초 날치기 처리에 가담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제와서 무슨 뒷소리냐”며 강하게 이 고문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행유보 주장한 김 고문 온건 이미지 부각
이홍구 대표와 이회창 고문이 각각 손해를 본 데 비해 노동법 정국에서 `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주자는 박찬종 고문이다.
그는 일단 국회의원이 아닌 관계로 날치기 버스에 애당초 타지 않아 특별 히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대통령 특사로 니카라과 방문 에 나서 노동법 정국의 절정에서 비켜 있었던 점도 손해를 줄인 요인이다 .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고문이 격동의 현장에서 벗어나 있음으로써 자신 의 태도를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손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여권 주자 중에서 개정된 노동법의 시행유보라는 가장 ‘과격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김윤환 고문은 나름대로 온건론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여권의 대선주자들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나 비평이 실제 여론의 지지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하지만 대선주자의 판도가 크게 변할 경우 김 대통령은 누구를 후 보로 추천하느냐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총 파업 사태로 김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축소될 경우 여권의 후보 선출에 있어 최대변수로 지목돼온 이른바 ‘김심’의 위력도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김심’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도 전혀 배 제할 수 없으며 이는 여권의 대선구도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 임을 예고한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