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한겨레21

강경파 어찌하오리까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김종필 총재가 1월21일 청와대 영수회담을 전격 적으로 가진 이후 여권의 시선은 총파업에 대해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했 던 강경파들의 거취에 쏠려 있다. 특히 연말의 국회날치기를 진두지휘했 던 이홍구 대표의 정치적 진로는 여권의 대선구도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 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권의 관심은 지대하다. 파업사태의 확산국면 속에서 엄정한 법집행과 공권력의 권위를 거듭 강조하면서 내각의 강경분 위기를 주도했던 이수성 총리의 거취도 역시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여권에서는 김 대통령의 강경드라이브를 조언했던 강경파 인물로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 이석채 경제수석, 문종수 민정수석 등 충성파 청와대 보좌진과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 김철 대변인 등을 꼽는다. 또 권영 해 안기부장도 강경파의 한사람으로 지목된다. 이들 매파 인사들은 연말 의 국회 날치기 처리 이후 총파업을 주도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강 경진압을 김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한때 검토 했던 여야 영수회담의 개최도 매파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원종 정무수석은 “야권이 요구하는 영수회담을 수용할 경우 김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현상을 가속화시킨다”면서 절대불가론을 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수석을 박정희 정권 말기에 대통령 경호실장으로서 ‘심기 경호’라는 용어를 창조할 정도로 박 대통령에 대해 절대적 충성심을 발 휘하면서 월권행위를 일삼던 차지철 실장에 빗대어 ‘문민 차지철’이라 고 비아냥거렸다.이석채 경제수석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정부안의 철회 과정에서 이홍구 대표를 비롯한 당내 관계자들을 설득해 끝내 관철시켰다 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삼재 총장과 김철 대변인은 이원종 수석의 강경 노선을 당차원에서 적극 지원했다. 권영해 안기부장은 “노조의 파업은 강도나 참여자의 규모 등으로 볼 때 정면돌파하면 곧 소멸될 수 있다”면 서 강경진압론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파업정국이 본격적인 여야 대화국면으로 들어 갈 경우 일부 강경파 인사들에 대한 문책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민심수습차원에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일부 인사들을 경 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여야 협상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김 대통령은 적어도 대야창구인 원내총무 를 전격적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회에서 날치기를 주도했던 인물들이 관련법의 재개정을 담당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온건론을 폈던 서 청원 총무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또 청와대 내의 대표적인 강경파 인사 로 분류되는 이원종 정무수석의 경질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 이다. 신한국당에서는 민주계 인사들까지 이 수석이 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정확한 민심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몰고갔다면서 경 질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여야의 본격적인 노동관계법 재개정 협상에도 불구하고 돌 아선 민심이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경우 김 대통령은 민심쇄신차원에서 이 대표와 이 총리를 포함한 대폭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당 대표와 총리를 대상으로 한 당정개편은 여권의 대선구도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이 조기에 결심할지는 현 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총파업 정국의 수습에 따라 여권은 책임자 문책문제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장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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