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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스티브 포셋 |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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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도 영광은 사지 못하는 것일까. 증권거래로 떼돈을 번 미국의 한 백만장자가 기구를 타고 ‘무착륙 지구일주’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에 도 전했으나, 결국 욕심으로 끝나고 말았다. 영공을 개방할 수 없다는 각국 의 냉대에 부닥쳐 비행길을 우회하다, 연료가 떨어지는 바람에 땅에 내려 앉고 만 것이다.
스티브 포셋이란 이름의 이 백만장자는 지난 1월13일 세인트루이스에서 헬륨기구를 타고 18~20일 여정의 모험길에 올랐다. ‘솔로 스피리트’(외 로운 영혼)라는 기구 이름에 걸맞게 홀홀단신으로 여행에 나선 그는 명예 의 전당에 선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사상 첫 무착륙 지구일주.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와 인도를 지나고, 태평양을 건너 다시 미국으로 귀환하는 험난한 여정은 그런 영광을 빛내줄 훈장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항로로 선택한 하늘이 굳 게 닫힌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기구가 지나는 나라들에 영공통과 허가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러시아는 항공기의 안전 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영공통과를 흔쾌히 허가했던 리비아마저 기구가 영공에 들어서기 직전 돌연 허가를 취소했다. 그는 별 수없이 먼길을 돌아야만 했다.
1월20일 그의 모험은 종말을 고했다. 잦은 우회로 기구의 연료가 떨어져 비행을 중단한 것이다. 착륙 직전 인도 상공을 지나던 기구는 시속 16km 까지 속도가 떨어졌고, 고도도 6백여m까지 내려앉았다. 추락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는 약간의 영광을 안았다. 1만4천4백km라는 최장거리 무착륙 비 행, 1백46시간54분(미국시간 기준)이라는 최장시간 비행기록을 함께 이룬 것이다. 그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일지 모른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