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한겨레21

영국 유학생 김현준씨

“조합원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요.” 몸은 유학생이지만 마음은 틀림없는 한국민주노총의 조합원인 김현준(43)씨는 지난 1월16일 런던의 주영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개악된 노동법, 게다가 날치기 통과까지 된 지금 조국의 동지들이 갖은 고생을 다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 니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워릭, 에섹스, 서섹스, 옥스퍼드, 런던 등 각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 30여명과 뜻을 모아 대사관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김영삼 정부는 날치기 통과를 국민 앞에 사과하고 노동법 개정을 백지화하라”고 외쳤다. 영국경찰들이 질서유지 를 위해 근처에서 서성거렸다.

“이 곳에서는 결사의 자유가 전혀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신기한 생각까 지 들 정도입니다.” 현재 워릭대학 노사관계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영국의 노사관계를 공부하면서 느낀 한국과의 차이를 간단하게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뭐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가 얼마나 복잡합니까…. 게다가 불법단체라는 딱지를 서슴없이 붙이지 않습니까?” 89년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당하기 전까지 그는 반포고등학교의 영어교사 였다. 93년에 대거 복직이 되었지만 전교조에 대한 열성으로 ‘구제의 그 물’에 걸리지 못했다. 전교조의 사무처장, 정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오 다 영국의 교원노조는 어떠한지 알아보러 지난해 9월 영국에 왔다. 그동 안 한국의 뉴스를 변함없이 전해준 것은 물론 <한겨레21>이었다.

이번 시위를 통해 현재 영국에 유학중인 조합원들의 힘이 꽤 된다는 사실 을 확인한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었다. 그리고 영국노총(TUC)의 연대메시 지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동참시위, <인디펜던트>지의 시위관련 기사 등은 노동운동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실감나게 해주었다. 어쩌면 다음주 에 날아오는 <한겨레21>에서 “민주노총 승리”라는 기사를 볼 수 있을지 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쉽지는 않겠지만 여태 그런 희망으로 살아 온 나날이 아닌가.

런던=권은정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