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한겨레21

껍데기뿐인 도서관정책

사람이야기에 실린 ‘도서관은 첨단 문화시설’이라는 기사를 보며 사회 속에서 도서관이 제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 실에 공공도서관에 근무하는 현장사서의 한명으로서 반가움을 느꼈다. 앞 으로도 <한겨레21>이 도서관 관련기사를 많이 실어 도서관 현실을 개혁하 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몇자 적는다.

우선 기사의 내용 중 몇가지 부분이 잘못되어 지적하려고 한다. 첫째, 공 공도서관의 사서직 관장 보임문제를 다루며 공공도서관의 관장직급이 2급 이라고 했는데 현재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 행정직을 통틀어 3급이 최고이며, 사서직의 경우는 4급이 가장 높은 직급으로 보임되어 있다. 사 서직 관장제의 문제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 문제를 다루면서 공공도서관이 문화의 질을 측정하는 하나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 지만 실제 공공도서관을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은 열악한 시설과 자료로 70년대의 수준을 벗어나 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상황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해방이후 경제발전만을 목표로 수행된 국가 발전정책에서 다 른 모든 문화, 복지 부문이 그렇듯이 도서관정책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고 , 지금까지도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이 제정되어 있어도 이 법에는 꼭 지켜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전혀 없다. 그래서 공공도서관 제 구실찾기의 일환인 ‘1996년도까지 모든 공공도서관의 관장을 사서직으로 보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서울시의 경우 23개 공공도서관 중 현재 여 덟곳에만 사서직 관장이 임명되어 있는 상황이다.

둘째 도서관계에서 문화부 이관투쟁을 벌인 것은 문교부가 교육부와 문화 부로 조직개편되던 1991년이다. 그동안 도서관 정책 및 제반부문을 도서 관의 목적에 맞게 문화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지만 도서 관정책과 국립중앙도서관만이 문화부로, 기존의 공공도서관은 교육부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되면서 도서관 관련 행정이 이원화되기에 이르렀다. 교 육부 소속의 공공도서관들은 중고생의 수업료에서 예산을 할당받기 때문 에 자료구입의 문제나 시설, 직원의 배정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 다. 문화부의 공공도서관 확충과 관련하여 새로 생기는 공공도서관들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많은 예산과 정책지원을 받으면서 교육부 산하의 공공도서관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고, 교육부 산하라는 것은 도서 관의 활동이 공공도서관의 이념에 걸맞게 지역주민들 전체를 대상으로 봉 사한다기보다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또 한 이렇게 이원화된 행정은 도서관 정책의 책임 있는 집행을 가로막는 문 제까지 낳게 된다.

공공도서관의 이러한 제반문제들과 도서관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 는 단체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공공도서관의 개혁을 고민하는 현장사서로 서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라도 도서관계 모든 이 들과 공공도서관이 장서 중심으로 더 많은 지역주민에게 열린 문화공간으 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겠다. 그리고 도서관의 제 구실찾 기에 <한겨레21>이 깊은 관심을 갖고 도서관계의 현안에 대한 지면을 더 많이 할애해준다면 도서관의 미래는 밝다고 기대한다.

김현경/ 서울시 도봉구 창1동 667-22호·남산도서관 근무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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