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한겨레21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 “정치적 흥정 거부한다”

-영수회담에 대한 평가는.

=국회에서 노동법을 재론하겠다는 미봉책은 노동악법을 완전무효화하고 재개정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못 미치는 것으로 노동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 두고봐야 하지만 일단 국면전환을 위해 공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고 도의 정치적 전술이 아닌가 우려한다.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일단 투쟁과 대화라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26일 민주노총과 연대 집회 등 계획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노사 당사자가 배재된 채 정치적 흥정으로 진행될 경우 이를 거부할 것이며 노동악법의 완전무효와 국제기 준에 맞는 재개정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가.

=우선 노동계 단일안을 만들어낼 테니 노사개혁위원회를 복원할 것을 요 구한다.

-재개정에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은.

=먼저 국제기준에 맞도록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실업부담을 느끼는 정리 해고는 정확한 필요성과 절차를 강화하고, 변형시간근로제, 합법적인 파 업에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조항, 노조전임자 임금문 제 등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노총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 성과를 나름대로 평가한다면.

=노동법이 너무 개악돼 있어 노동자가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직 특성상 생각보다 참여율이 낮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도 부의 한계도 있었고 산하 연맹마다 어려움도 있어 하나로 맞추어내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파업 경험없이 시작한 최초의 총파업 참여를 통해 노동 운동 전체에 동력을 붙일 수 있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한국노 총을 안주하는 조직이라 말하지만 일어설 때는 과감히 일어서는 것을 보 여준 것도 큰 성과다.

-민주노총과의 공조가 돋보였다. 앞으로 민주노총과 관계는 어떻게 유지 할 것인가.

=지금 어떤 노동자이건, 조직적인 차이에도 노동법에 대한 생각은 똑같다 . 밑바닥 정서가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공동투쟁을 요구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노총은 노총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간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 책문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 등 사안별로 정책공유를 계속할 수 있다. 이렇게 같은 목소리가 계속되면 결국 노동계가 하나로 갈 수 있는 부분까지 이르게 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만 정책공유가 계속되 면 결국 하나로 가는 게 아닌가.

-장기적인 투쟁국면으로 갈 경우 전략은 무엇인가.

=싸움이 잘못되면 대선까지 싸운다는 것을 이미 권영길 위원장과 합의한 바 있다.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고 가져가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고쳐야 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선까지 연계해 투쟁을 계속하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풀겠다.

-이번 투쟁에서 버스노련, 도시철도노조 등 핵심 노조가 지도부의 파업지 침을 어기는 등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나도 시인한다. 지도부의 지침을 산별 단위가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한계는 있는 것이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체적인 관점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자기 조직의 문제를 중심으로 계산 하니까 그렇다. 우리는 물론 민주노총도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한계를 극복할 방안은.

=스위치를 빼지 않으면 참여가 아니라는 생각보다는, 그 밖에 분야를 개 발해 전체가 참여한다는 모습으로 바꾸어야 하겠다. 항상 노동자와 같이 뛰는 모습으로 가겠다.

-금융노련 산하 38개 은행이 탈퇴했고, 택시노련 등도 민주노총에 가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번 투쟁을 통해 노총의 조직력이 약화되는 게 아닌가.

=금융노련 탈퇴 일부 은행의 경우 최소한의 파업에 참여도 안 하면서 불 만을 터트린 경우도 있다. 물론 연맹에 따라 투쟁력이 약하다는 비판은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금융노련의 경우도 1백년 만에 그정도나마 들고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민주노총 강화로 노총의 위상약화를 전망하기도 하는데.

=실제 있는 것이니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높 아졌으니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하다. 여기에 걸맞은 새로운 전술들을 개발해서 노동자와 함께갈 것이고 그래도 안 맞아 (민주노총으로)옮긴다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자율적인 조직원칙에 맡겨야 한다. 최소한 그런 원칙에 따 라 밑바닥의 목소리와 지도부의 지침이 하나로 연결되는 합리적인 운동방 향으로 나가야 한다. 소용돌이 속에서 때로는 투쟁이 강한 곳에서 강한 목소리가 나기도 한다. 또 정상적인 과정으로 갈 때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출하고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임단투와 연계할 가능성도 있는가.

=잘못된 법률을 적용하면 단체협약과 괴리가 발생한다. 결국 임단투와 연 계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험한 교섭이 올 수 있는 것을 대화를 통 해 풀어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연계투쟁, 나아가 대선투쟁까지 진행하 겠다. 산별연맹에서 각임·단투를 위임받아 일괄투쟁에 나설 것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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