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1월30일 제 143호 한겨레21

인터뷰/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 “3월 이전에 재개정하라”

-얼마 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반문을 하셨는 데 파업이 진행된 지 한달이 가까운 지금 그 생각에 변함이 있을 것 같다 .

=민주노총의 한달간의 파업투쟁은 껍데기 민주주의와 차별적인 분배구조 등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파 괴와 건설’의 투쟁이었다. 한국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보여주고 있 는 투쟁이다.

-영수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국회 논의를 얘기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철회 한 것은 민주노총으로서는 부분적이지만 정치적인 승리가 아닌가.

=물론 기본적으로 영수회담이 열린 것은 민주노총의 투쟁의 성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라는 것이 우리가 주장하는 날치기로 통과된 노동법, 안기부법의 무효화 선언과 3월1일까지의 노동법 재개정 완료 약 속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3월1일까지 국제기준에 맞 는 노동법으로 재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또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 유보방침을 무슨 큰 진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단위 노조 간부 4백10명에 대한 고소, 고발, 해고, 손해배상청구 등을 철회하 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진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국회논의 과정에서는 노동계가 배제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노동계의 목소리를 논의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수요파업과 주말집회 방침, 2월18일 4단계 총파업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예정된 투쟁을 강도높 게 진행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투쟁을 접지 않는다면 야당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일부 언론과 정부 일각에서는 노동법의 문제를 ‘복수노조 3년유예 ’와 ‘정리해고제’의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시도가 있다. 노조활동을 전 반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노동법의 다른 독소조항들에 대한 개정이 묻힐 가 능성도 있다.

=총파업 이전부터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지 못하는 일이 생기더 라도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 장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파업의 강도를 높여 투쟁하고 있는 것은 복수노조가 3년 유예됐기 때문이 아니다. 노동법의 전체 조항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으로서도 정부가 복수노조 금지와 정리해고제를 철회 하는 상황이 가장 곤혹스러울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마치 일 방적인 양보를 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선전활동이 필요하다. 언론도 이 문제를 정확히 전달해줘야 한다. 정리해고제가 법에서 사라지더라도 노조가 무력해지면 더 광범위한 정리해고가 현실화할 것이다.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 전망은.

=한국노총이 노동법 효력을 6개월 동안 정지시키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이 법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노개위를 재가동시키자는 주장도 노동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진정한 공동투쟁을 위해서는 3월1일 이전에 전면무효화를 이루 는 것이다. 한국노총도 이런 원칙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정치협상의 국면에서 수요파업 토요집회라는 투쟁방식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내부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외부적인 비판일 것이다. 투쟁을 위한 노조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는 조합원들의 동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전과 같 은 투쟁 수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총파업을 계기로 야당을 정치적 대안으로 삼지 않고 노동자 스스로 가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한 호응을 받고 있다. 정치세력 화의 구체적인 방안은.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 은, 50년만에 처음으로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사회개혁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감으로써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는 사실이다. 조합원 대중들 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감과 긍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정 치세력화의 가능성과 기반을 확인한 것이다. 외국기자들은 초국적자본의 공세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파업을 세계노동운동의 새 지평을 여 는 노동운동의 모범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치세력화 방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번 투쟁을 확고한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세력의 광범위한 투쟁조직을 만들기 위해 ‘범대위’를 확대, 개편해 ‘국민운동본부’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장기적인 투쟁으로 이어진다면 광범위한 투쟁을 위해 그런 논의가 필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대중에게 구체적인 투쟁의 성과물을 안겨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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