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김종영씨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추억의 보물창고 만드세요”

5년, 10년, 1백년 뒤, 당신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그리운 친구에게, 혹은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개인의 소장품을 타임캡슐에 담아 보관했다 원하는 날에 본인이나, 본인 이 지정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타임캡슐’ 대표 김종영(35)씨. 그에게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추억을 남기고, 추억에 얽힌 사람들을 떠 올리게 한다.

“컴퓨터 등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개인의 존귀함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되는 요즘입니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마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 하는 현실을 보면 시간의 영속성이 훼손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김씨의 안타까움은 지난 94년 ‘서울정도 6백주년’을 맞아 시민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하는 문물 6백점을 담은 타임캡슐이 4백년의 시간여행 을 떠나는 것을 본 뒤 사업으로 발전했다. 개인에게도 간직하고 싶은 ‘ 오늘’이 있지 않겠는가.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마침내 지난해 12 월 타임캡슐이란 시간여행업에 뛰어들었다.

타입캡슐에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 맡길 수 있다. 아이 의 기저귀나 젖병, 좋아하는 음반, 사진첩, 결혼식 때 입은 드레스, 어릴 적 갖고 놀던 팽이와 구슬 등등이다. 교복이나 책가방, 군번줄, 하모니카 , 종이학 따위도 시간여행을 떠나보낼 수 있다. 그러나 순금, 화폐, 수표 등 현금성 물건이나 장물, 폭발의 위험이 있거나 변질한 우려가 있는 물 건은 사양한다.

김씨는 “타임캡슐의 목표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과거, 추억, 혹은 시간여행 같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들을 소중히 한다. “타임캡슐은 추억의 보물창고입니다. 타입캡슐이 세상을 더욱 정서적이며 인간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 바랍니다.” (05 1-502-6264)

임을출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