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한겨레21

초보자는 전곡 택해야 묘미 만끽

오페라를 즐기려면 역시 공연장을 찾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원하는 공연 을 아무 때고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우린 음반을 통해 공연장면 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비디오나 레이저디스크로도 많이 나오 고 있지만 장면이 고정돼 쉽게 식상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음반보다 못하 다. 오페라 음반은 전곡과 하이라이트 2종류가 있는데 초보자일수록 전곡 을 택해야 한다. 하이라이트 음반은 자세한 설명과 사전지식이 없으면 오 페라의 묘미를 만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페라곡을 들을 때 대 본을 갖고 노래가사를 함께 보면서 들어보라. 이전에 귀로만 들려오던 성 악곡들이 가슴에서 요동치기 시작할 것이다.


‘밤의 여왕’ 조수미를 만난다

조수미가 ‘밤의 여왕’ 역을 맡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데카, 91년)가 최근 오페라 음반 중 잘 나가고 있다(게오르그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연주). 조수미의 아리아는 그 친근감 때문에 한국인에겐 실력 이상으로 다가와 무척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명오페라의 명반 하나씩을 골라 보자.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는 카라얀 지휘, 필라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 엘리자베스 쉬바르츠코프 주연의 55년판(EMI),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 발사>는 구이 지휘, 로얄필 연주, 로스 앙헬레스 주연의 63년판(EMI)이 손꼽힌다.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세라휜 지휘, 필하모니아 연주, 마리아 칼라스 주연의 59년판(EMI)을 최고로 꼽는데 칼라스는 바로 이 ‘루치아’의 성공으로 이탈리아 오페라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광 란의 아리아’에서의 칼라스의 열창은 다시 들을 수 없는 영원한 명창이 다. 바그너의 <로엔그린>은 라파엘 쿠벨릭 지휘, 바이에른 방송관현악단 연주, 칼 리더부쉬, 제임스 킹 주연의 71년판(DG)이 추천된다. 베르디 < 리골레토>는 리처드 보닌지 지휘, 런던심포니 연주에 셰릴 민스, 조안 서 덜랜드, 파바로티 등이 주연을 맡은 음반(데카)이, 베르디의 또다른 오페 라 <아이다>는 게오르그 솔티 지휘, 롬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연주, 리 타 고르 주연 음반(데카)이 최고로 꼽힌다.

비제 <카르멘>은 카라얀 지휘, 빈 필 연주, 프라이스, 코렐리 등이 주연 을 맡은 63년판(RCA)이 좋다. 가수들을 여러 나라 사람으로 구성해 캐스 트들이 초일급이며 스케일이 큰 표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푸치니 <라 보엠>은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연주에 파바로티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음반(데카)을 권한다(이상 음악평론가 박종호씨 선정).

이외에도 원하는 취향에 따라 다른 음반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벼 운 감상용으로만 듣고 싶다면 오페라 아리아만을 골라 모은 (에라토, 92년)과 (EMI, 96년)도 괜 찮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계속된다.


미리 음반 듣고 공연장 가면 감동 열배

오페라 음반은 잘 골라야 한다. 클래식 입문 초기에 비싼 돈을 주고 구한 음반이 나중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런 경험을 통해 클래 식의 세계를 더 실감있게 느끼겠지만). 기악과 달리 성악은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 차이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같은 곡에 대해 한번 좋 은 소리를 들어 귀를 버리고 나면(?) 수준이 떨어지는 소리를 다시 듣는 다는 건 심한 고통이다.

오페라 전곡의 경우 일반 레코드가게에는 최신작 1~2종류밖에 비치해 두 지 않아 제대로 된 음반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클래식곡도 마찬가 지지만 특히 오페라곡의 경우 안내를 받을 수 있는 클래식 전문 레코드가 게에서 구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파바로티나 마리아 칼라스, 그리고 카라얀의 음반이라면 큰 실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이다.

오페라 공연 전 그 음반을 미리 듣고 대략의 내용을 숙지한 뒤 공연장에 들어가 보라. 오페라가 지겹다니,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공연이 끝난 뒤 그 음반을 다시 들어보라. 새로운 세상이 그 속에 있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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