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시대 |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
|---|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오페라가 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시즌은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다. 올해가 오페라 4백 주년이라고 하지만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에서 특별난 무대가 있진 않다. 예전처럼 항상 열리던 오페라가 올해도 역시 연중행사, 아니 일상처럼 계 속되기 때문이다. 굳이 특이점을 찾으라면 올해가 도니체티 서거 2백주년 인 탓에 도니체티의 작품이 좀더 자주 무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점뿐이 다.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오페라는 전통적으로 오페라단을 소유한 극장이 많 은 수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작품을 바꾸어가면서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 스템을 취하고 있다.
유명한 오페라극장으로는 밀라노의 스칼라극장, 파리의 파리오페라하우스 , 런던의 코벤트가든, 빈의 빈국립가극장,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극장 등이 손꼽히고 있다. 이들은 대략 6년 전에 공연 작품을 결정하며 3년 전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오페라만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은 약 1백20개 정도인데 그중 4분의 3 정도가 독일어권에 몰려 있다. 독일어 권에 이렇게 많은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것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 소공국 들이 각기 극장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서 계속 오페라들을 공연해 왔기 때문이다. 극장이 소규모이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오페라하우스들이 다.
오페라가 주로 겨울시즌에 열린다고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서 오페라가 멈 춰지는 건 아니다. 축제 형식의 오페라가 또 있다. 이런 오페라 축제로 유명한 고장이 독일 바바리아지방 바이로이트(바그너축제)와 이탈리아 베 로나(여름 오페라 축제)다.
바그너가 활동했던 바이로이트엔 바그너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릴 계획으 로 1875년 만들어진 축제극장이 있다. 바그너는 1883년 세상을 떠났으나 1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여름 한달 이상 이곳에서 바그너축제가 계 속되고 있다. 관람객 중에는 성지순례자처럼 10, 20년을 매년 빼놓지 않 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베로나 에서도 1913년 이래 해마다 여름에 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다. 14세기 중 세건물들로 이뤄진 도시 한복판에 있는 2천년 전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아레나)이 오페라 무대로 2만5천명 수용의 야외무대다. 7월부터 두달 동안 전세계의 오페라 팬들이 베로나로 몰려오고 여름 내내 온 도시 가 오페라로 뒤덮인다.
한편 이런 오페라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는 ‘월드 클래스’급 가수 들은 그리 많진 않다. 금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 엔리코 카루소(1873~19 21) 이후 50~60년대에는 디 스테파노(1921~ )가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특히 그는 동시대에 마리아 칼라스(1923~1977)라는 불세출의 소프라노를 만나 함께 10세트의 오페라 전곡 음반을 남겼고 이들 대부분이 명반 반열 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은 것이 60년대에 데뷔한 유명한 3테너다. 루치아노 파바 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파바로티는 그 엄청난 성량과 테 크닉 등으로 이들 중 최고로 꼽히고 있지만 말년에 들어 목소리가 예전같 지 않고 몸관리를 소홀히 해 오페라 무대를 기피하고 상업적인 무대에만 나서는 점 등으로 인해 예전의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플라 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가창력과 연기력이 계속 향상되고 있어 오페라 무대와 대중 콘서트 양쪽 모두에서 여전히 명 성을 떨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은퇴무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들의 뒤를 이을 만한 ‘제4의 테너’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는 점은 오페라계에 일말의 불안감을 던져주기도 한다.
여자가수로는 제시 노먼(미국), 케서린 베틀(미국), 키리 테 카나와(뉴질 랜드), 에바 마르턴(헝가리), 테레사 스트라타스(루마니아), 에시타 그루 베루바(체코), 몽세라 카바에(스페인), 세질 스튜터(미국) 등이 월드 클 래스로 인정받고 있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