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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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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다. 환 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가 되고자 결심했던 1997년. 희망찬 새해의 첫 출발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성탄절 다음날 새벽의 날치기 통과로 연말에 4일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1월7일부터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우리 병원은 오늘로 파업 8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병실 출근이 아닌 병원 2층 로비로 출근하여 노조의 조합원이 하나가 되 어 ‘노동악법·안기부법 철폐'를 외치고 있다. 환자를 위한 간호사가 되 려는 다짐이 새해 벽두부터 무너진 것이다. 악법철폐를 부르짖으며 탑골 공원, 종묘공원을 지나 명동성당을 향하기도 한다.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생존권 확보의 목소리를 담은 유인물을 시 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선배 조합원을 보면 파업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피로 하고 정신적으로 움츠러들어 불안해 하는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다. 병 원에 두고 온 환자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라 가슴이 저며오지만 “악법 과는 싸워야 해"라고 격려해주던 모습이 떠올라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새해 다짐이 언제 성사될지는 지금으로선 확연하지 않다. 다만 민주주의 와 의회정치의 기본적 질서마저 유린한 법안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의 결 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조성하겠다면서 대 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자본가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 다.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고임금 때문이라는 오진으로 인해 노동악법의 날치기 통과라는 극약처방이 나온 것이다. 노동자에게 생활고를 강요하면 서 어떻게 국가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문 민대통령이라면 이제라도 안기부법과 노동법안 개정안을 철회하고 공정한 심판자 노릇을 해야 할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기업주의 대통령이 아니 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 믿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늘도 나는 병실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2층 로비로 출근한다. 악 법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환자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접어둘 수밖에 없 다.
김여옥/ 서울시 성북구 정릉3동 952-10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