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한겨레21

`세자책봉'처럼 할 것인가

(사진/차기 대선후보를 자신이 선택하겠다는 YS발언에 대해 자신의 `관리'아래 대선주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한국당 고문단 회의.)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 1월7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자신이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차기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을 책임지고 있 는 총재의 입장에서 분명한 나의 입장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 이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전달할 것인지 또 입장 표명의 강도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이날 발언은 민주 적 경선방식보다는 사실상 후보낙점이라는 ‘세자책봉’식 후보지명을 구 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인다.


후보지명에 충만한 자신감

김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입장표명 방법은 어떤 것이며, 과연 가능할까.

첫째로 미국식으로 한 사람을 추천하는 사실상의 지명이 있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지난 92년 민자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나는 다음에 노 대통령처럼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겠다. 중립이야말로 무책임하 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정정당당하다”고 말해온 점을 상기하면 그가 일단 미국식의 지명을 상정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박희태 의 원은 “기자회견 문맥으로 보면 미국식으로 지명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며, 김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통령은 실제로 후보 지명에 대한 ‘충만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회견에서 “야당 후보가 단일화되는지 안 되는지 큰 관심이 없으며, 우리 는 누구와 싸워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자신 이 지명하면 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두번째는 2~3명의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는 경우이다. 지명은 한명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9룡으로 표현되듯 신한국당의 복잡한 차기 구도를 감안 할 때 예상되는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복수추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론의 지지가 낮은 후보를 내심 밀 경우 여론이 높은 후 보의 반발을 막기 위해 ‘끼워넣기식’ 복수추천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 만 김 대통령이 권력승계를 자신의 주도 아래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복수 추천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세번째로는 이와 반대로 지명이든 추천이든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자신의 영향력을 표시하고 싶어도 공개적인 의사표시를 했을 경우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의 의사표시는 불공정의 시비가 될 뿐만 아니라 탈락한 인사들의 탈당 명분을 제공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윤환 고문은 이미 지난 연말 언론 인터뷰 에서 대통령의 의사표시에 간접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만약 김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하면 당장 제한경선이라는 주장 이 나올 것이고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대통령이 총재로서 지지 의사 표명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심을 드러내지 말라 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이같은 기류들은 자칫 지지표명을 할 경우 당 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화약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다른 대선주자들도 일단은 ‘당연히 표시해야 한다’(민주계), ‘당원 의 한 사람으로서 김심을 표시할 수도 있다’(영입파)는 등의 반응을 보 였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주자의 손이 올라갈 경우 언제든지 반발할 가 능성이 있다. 한 주자의 측근은 “김심이 엉뚱한 곳으로 흐를 경우 들러 리 경선에 나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특히 국민적 인 인기도가 높은 박찬종 고문이나 이회창 고문의 경우가 김심이 자신이 아닌 제3자를 선택할 것으로 판명될 경우 탈당 등 다른 길을 모색할 가능 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입주자들 반발할 가능성

이와 함께 여권에서는 유력한 대선주자들 본인이 김 대통령의 지명이나 추천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땅에 떨어진 김 대통령의 인기도 를 감안할 때 누가 김 대통령의 지명을 달가워하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통령이 진짜 지지표명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경선 때까지 자신 의 ‘관리’ 아래 대선주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적 지 않다. 서울 출신의 3선의원은 “공개적인 의사 표시를 결코 할 수 없 을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의 독자적인 행동을 막기 위한 일종의 엄포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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