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야기
1997년01월23일 제 142호 한겨레21

사과 브랜디의 참맛 ‘칼바도스’

프랑스의 북서쪽 해안에 있는 노르망디지방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고대에는 켈트족이 거주했고 9세기에는 노르만인이 침입 하여 점령하였다. 영국과 인접하여 한때는 영국 영토가 된 적도 있으며 2 차대전 때 연합군이 독일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노르망디상륙작전으로 유명하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곳은 여러 종족이 얽혀 산다.

이 지방은 겨울이 춥고 여름에도 습기가 많아 포도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 다. 대신 한랭한 기후에서 잘 되는 사과의 주산지다. 다양한 종족이 모인 이곳은 옛부터 미식가들이 많아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그들은 오래 전부 터 사과즙으로 시드르를 만들어 마셨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색 청량음료가 사이다로 통하는데 유럽에서는 사과주를 사이다(Cider·불어로 시드르)로 부른다.

18세기 이후 프랑스 남부 코냑 브랜디가 명성을 날리기 시작할 무렵 노르 망디 사람들은 시드르를 증류했다. 그중 칼바도스역의 사과 브랜디는 품 질이 좋아 상표에 아예 칼바도스라 표기하여 특산품임을 과시했다. 오늘 날 칼바도스는 사과 브랜디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약간 시면서 입 안을 상큼하게 하는 사과 맛이 그대로 남아 칼바도스는 대체로 감칠맛으로 기품이 있다. 칼바도스 중에서도 최상급인 페이도주 지방산은 코냑과 같이 2회의 단식 증류를 하며 라벨에는 A.O.C법에 따라 “아페라숑 페이 도주 콩트롤레”로 표기되어 있다. 저급의 칼바도스는 연속식 증류를 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페이도주 지역의 소규모 칼바도스 제조자들은 협동조합(C.D.R)을 만들어 공동 제품을 발매하였는데 유명한 바론 란돌프 V.S.O.P가 그것이다. 칼바 도스 뷰넬사와 칼바도스 볼라사는 C.D.R과 함께 칼바도스 3대 메이커에 속한다.

노르망디인의 식사량은 엄청나 소위 ‘노르망디의 밑빠진 독’이라 불리 운다. 그들은 결혼식 피로연 등 잔치 때에는 하루종일 먹어댄다. 유럽인 들은 보통 술을 마실 때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한다. 그러나 여기서만은 칼바도스를 단숨에 목구멍으로 삼키는데 음식맛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미식가들다운 주법이랄까.

이종기/ 두산씨그램 생산팀장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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