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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1월23일 제 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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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근들어 대머리 치료법으로 두피성형술 등의 수술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김응구 성형외과에서 대머리 남성에게 자가모발 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97년 새해를 가장 큰 희망으로 맞이한 사람들은 아마 대머리들일 듯싶다. 2월 말이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그 효능을 보증하는 발모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연말 획기적인 효과를 지닌 발모제 개발에 성 공했다고 발표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통상산업부 산하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과학기술처 산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기초과학기술을 연구하 는 곳이라면 생산기술연구원은 산업응용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임상실험 성공해 세계시장 진출
생산기술연구원의 발표 내용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생산기술연구원 부설 산업기술교육센터 수석연구원 서만철 박사가 8년여의 연구 끝에 발모제 H G-305 개발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그린바이오사와 상품화 계약을 맺어 97 년부터 세계시장에서 시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생산기술연구원에 따르 면 HG-305는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세계 12개국에 특허가 출원됐는데 시판 은 한국이 2월 말로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은 그린바이오 사가 계약을 맺기 전 1년 동안 미국에서 임상실험을 했는데 뛰어난 효과 를 거두었다고 한다. 즉 기존 발모제를 사용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남성들과 현재 탈모가 진행중인 남성들 2백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100%가 7일 안에 더이상의 탈모가 중단됐고 92%는 30일 안에 머리카 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으며 3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하자 두발 상태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 1년 동안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 았다고 한다.
서만철 박사는 “HG-305 개발 발표 뒤 여기저기서 하루 수백건씩 부탁이 들어오는 바람에 샘플이 동이 났다”며 “샘플을 얻어간 저명인사들로부 터 탈모가 중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머리들에게 이처럼 기쁜 소식이 있을까.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효능 이 뛰어난 발모제를 개발했다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뭔가 미심쩍다. 그동안 대머리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사기꾼들 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적의 발모제’ 사건은 아 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언론들은 바르면 5분 만에 최고 15cm까지 머 리카락이 자라는 기적의 발모제가 한 중소기업인에 의해 개발됐다고 대대 적으로 보도해 대머리들을 흥분시켰다. 여의도 63빌딩에서 대머리들을 상 대로 실시된 제품시연회도 상세히 보도됐다. 그러나 2달 뒤 이 중소기업 인은 검찰에 의해 박사 학위는 물론 대학과 고교 졸업장마저 모두 가짜인 사기꾼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결과 발모효과를 선전한 비디오테이프는 대머리가 아닌 사람의 머리카락을 몇개만 남겨놓고 다 잘라낸 뒤 남겨둔 머리카락이 마치 발모제를 발라서 난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 전인 4월에는 식초와 소금을 설탕물에 넣어 가짜 발모제를 만들어 판 매한 사기꾼이 구속됐다.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대머리들의 심정 을 악용한 발모제 사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대머리들은 발모제 개발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불신 또한 크다.
발모제 사기 끝장낼 ‘노벨상감’ 얘기도
이에 대해 생산기술연구원은 상당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 강교식 연구기획실장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책임도 못 질 일을 발표했겠느냐”며 “연구원 내부에서 그동안 연구결과를 신중 히 검토했으며 결과 발표를 계속 미루면서 보완에 보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HG-305의 305도 3백5번째 실험 끝의 결과라는 데서 따온 이름이 다. 강 실장은 “농담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연구원 내부에서는 노벨상 감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생산기술연구원이 HG-305의 연구책임자로 서 박사 외에 생산기술연구원 이진주 원장과 산업기술교육센터 김경제 소장을 함께 내세운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결과에 대해서도 그만큼 책임을 지겠 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탈모증에 대한 연구 및 치료법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 고 있다. 유전적 요인 외에 복잡한 현대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대 머리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외모에 대해 남성 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대머리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머리는 남성에게 가장 흔한, 질병 아닌 질병 중의 하나다. 약 10만개에 이르는 사람의 머리카락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의 3가지 주기를 계속 반 복한다. 성장기가 3년, 퇴행기가 3주, 휴지기가 3개월로 개개의 머리카락 은 자체의 수명이 있다. 다 자란 머리카락이 휴지기에 들어서 빠진 뒤 다 시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약 50개 정도의 머리카 락이 빠지는 것은 따라서 정상이다. 그 이상 하루 1백개 정도씩 빠진다면 문제가 된다. 탈모증이란 바로 모발이 이처럼 정상 이상으로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빠지는 생리적 현상이나 질환을 말한다.
고려대 의대 대머리클리닉 구상환 교수팀이 지난해 대한성형외과학회 춘 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남성형 탈모증에 대한 통계학적 고찰 및 새로운 분류법 제안’에 따르면 성인 남자 1천7백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남성의 대머리 발생률은 2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인 남성의 대머리 발생률 46%보다는 낮다. 또 유형별로 보면 양쪽 앞머리와 옆머리 모발선이 삼각형으로 빠져 나머지 모발의 형태가 알파벳 M자로 되 는 M자형이 43.4% 가장 많고 다음은 앞머리와 옆머리의 탈모가 뒤쪽까지 진행돼 말발굽 모양의 모발만 남게 되는 U형이 21.6%, 앞머리의 모발이 반달 모양으로 빠진 C형이 9.4%, 머리 윗부분의 모발이 원형으로 빠진 O 형이 5.0% 등이다. 그러나 연령별 형태를 보면 50대와 60대에 들어서면 U 형만이 증가하고 그외 다른 형은 모두 감소해 대부분의 탈모증의 형태가 U형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됐다(그림 참조).
아직도 대머리 원인규명 미흡한 상황
대머리에 관한 연구나 치료법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지만 아직까지 대머리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완벽한 치료법의 개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서울대 의대 모발클리닉 은희철 박사는 “대머리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 등이 중요한 인자로 추정된다”말했다. 다시말해 안드로겐이 머리카락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낭을 위축시켜 모발 생장을 늦 춤으로써 대머리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모낭에 대한 안드로겐의 작 용 정도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스트레스와 위궤양치료제, 관절염치료제, 콜레스트롤저하제 같은 각종 약물 사용의 부작용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흡연이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랭커셔 레이병원의 모슬 리 박사는 의학전문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최근호에서 흡연자 3백4명과 비흡연자 3백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살 이전에 대머리가 될 가능 성은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4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대머리 치료법 역시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크게 약물요 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중앙대 의대 용산병원 탈모증클리닉 노병인 박사는 “지금까지 개발된 발 모제 중에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발모제는 미녹시딜 제제 밖에 없다. 현재 미국 엠에스디사가 전립선치료제인 피나스테라이드가 남 성 호르몬에 작용해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 발모제를 개발했다. 임상실험이 끝나는 대로 FDA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 고 대머리의 원인이 되는 남성 호르몬에 반대로 작용하는 길항제를 개발 해 임상연구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물 치료는 평생 동안 약물을 발라야 한다는 단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급한 마음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약물 치료로는 서울대 의대 모발클리닉과 중앙대 의대 대머리클 리닉 등이 정평이 나 있다.
수술요법 역시 계속 새로운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김응구성형외과의 김응구 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북미와 유럽에서 두피 피판이식술, 탈모부위축소술, 조직확장에 의한 두피성형술 등 다양한 대 머리 치료 외과수술이 개발 소개됐고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기계식 자가모발 이식술이 개발돼 큰 각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계식 자 가모발 이식술은 환자 자신의 뒷머리 부분의 모근을 머리카락이 없는 부 분에 모내기하듯 기계로 옮겨 심는 이식수술인데 머리카락이 살아남는 생 착률을 크게 높였을 뿐 아니라 수술시간도 대폭 단축시켰다.
신기술 개발 이어져 희망이 자란다
수술요법은 빠른 시일 안에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 는 게 단점이다. 보통 한 차례에 1천~1천5백개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이식수술을 3차례 정도 하면 떨어져서 볼 경우 정상처럼 보이게 되는데 한 차례 수술비용이 4백만~5백만원 한다. 수술요법으로는 고려대 의대 대 머리클리닉과 삼성의료원 등 종합병원 및 김응구성형외과 등 몇몇 개인 병원이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탈모가 한창 진행될 때는 약물치료나 가발을 사용하는 게 좋 으며 수술은 머리카락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 한다. 탈모가 진행될 때 머리카락을 심어봐야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HG-305가 97년 대머리 역사에 일대 전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안재승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