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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사망’ 계엄군 말 믿지않았던 기자가 한 일

등록 2024-04-27 01:14 수정 2024-04-28 00:59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해 신군부의 학살 진상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사진) 전 <에이피>(AP) 기자가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2024년 4월21일(현지시각) 별세했다고 <에이피>가 보도했다. 향년 76.

앤더슨은 1980년 5월22∼27일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실상을 보도했다. 2020년 발간된 에서 앤더슨은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주장한 것을 듣고 다른 특파원들과 광주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눈에 띄는 사망자를 모두 셌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 들어간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를 셌다.

앤더슨과 광주를 함께 취재한 존 니덤은 1989년 <엘에이 타임스> 기고에서 앤더슨이 전남도청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다 계엄군의 총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알린 바 있다. 앤더슨은 광주 상황을 기록한 자신의 원고 등을 국내 언론 관계자를 통해 광주시 쪽에 기증하기도 했다.

앤더슨은 레바논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다 1985년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납치돼 7년 가까이 인질로 붙잡혀 있기도 했다. 미국 언론 사상 최장기 억류 기록이다. 그는 구금 기간 벽에 사슬로 묶인 채 구타당했고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오랜 기간 독방에서 지내야 했다. 석방 후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았다.

앤더슨은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다 2015년 강단에서 은퇴하고 버지니아주의 작은 말 농장에서 살았다. 그의 딸은 <에이피>에 “아버지는 영웅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모두가 계속 그렇게 불렀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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