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수백 마리의 가숭어 떼가 안양천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안양천은 경기 의왕에서 발원해 안양, 광명, 서울 서남부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그중 특히 서울 양천구와 영등포구를 연결하는 목동교 근처에서 가숭어가 많이 발견된다.
가숭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는 숭어과 어류다. 흔히 알려진 숭어와 비슷하지만 눈이 노란색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바다에 사는 가숭어가 안양천에서 발견될 수 있는 이유는 본류인 한강이 하굿둑으로 막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봄이면 한강 하구 신곡수중보를 넘어 안양천까지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하는 가숭어는 가을이 오면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2004년 이전에 안양천에서 가숭어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찾기 힘들었다. 안양천 수질이 “하수처리장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나빴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 안양천 유역에서는 구로공단 등 공장지대 조성, 평촌·산본신도시 조성 등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흘러드는 경우도 있었다. 1996년 서울시의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당시 안양천 수질은 5급수보다 나빠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1999년 시민단체와 지방정부가 ‘숭어와 참게가 돌아오는 안양천’을 목표로 힘을 합쳤다. 서울·경기 지역 13개 기초자치단체가 모여 구성된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는 폐수 배출 업소 합동 단속, 하천수 오염도 검사, 환경지도 제작 등을 했다. 복개 하천수가 정화시설을 거치도록 하고,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형 호안으로 바꾸는 조처도 이뤄졌다. 시민사회 참여도 활발했다. 안양천 유역의 21개 민간단체가 모인 ‘안양천살리기네트워크’는 수질 개선, 환경탐사 활동, 감시 활동,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했다.
여러 활동 결과 수질이 3급수까지 개선됐고 지금은 가숭어가 매년 찾아오는 생태하천이 됐다. 한국환경정책학회가 펴낸 <환경정책> 제23권 4호를 보면, 안양천 복원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2013년 기준 연 약 95억원으로 추산됐다.
사진·글 변준언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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