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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선 최고 ‘5층’이었다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대표적 도시재생 사례 10개 모은, 김정후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제1325호
등록 : 2020-08-09 21:39 수정 : 2020-08-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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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현대 도시를 발전시킨 나라다. 세계 최초로 인구 500만 명 도시인 런던을 만들었고, 19세기엔 세계의 정치·경제 수도 노릇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패권을 내주면서 영국의 도시들은 심각한 쇠퇴를 겪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도시재생’ 개념도 생겨났다.

런던에서는 수십 개 지역이 재생사업을 벌였다. 런던과 서울에서 활동 중인 도시사회학자 김정후 박사는 런던 재생을 대표하는 사례 10가지를 골랐다. 2000년대 이후 구도심과 산업 지역에서 쇠퇴를 겪고 있는 한국 도시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가장 놀라운 사례는 런던의 중심 세인트폴 대성당 옆 파터노스터 지구에서 두 차례 벌인 개발 사업이다. 런던의 역사 지구 중 하나인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대공습으로 거의 폐허가 됐다. 전쟁 뒤 런던시는 도시계획가 윌리엄 홀퍼드의 설계안을 채택했고, 1967년 최고 높이 18층의 현대식 건물이 한국의 아파트처럼 고층, 낮은 건폐율 형태로 들어섰다. 그러나 현대식 건물들로 채워진 이 지구는 완공 10년 만에 활력을 잃었다. 기업들이 떠났고 시민 발길은 뜸해졌다. 현대식 건물을 지어 역사 지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였다. 비판이 계속되자 런던시와 개발회사는 파격적 결정을 내놨다.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옛 도시처럼 저층, 높은 건폐율 지구로 되돌리겠다는 것이었다.

1967년 고층, 낮은 건폐율로 지어진 런던 파터노스터 지구의 모습. 영국 국립문서보관소 제공.

2003년 저층, 높은 건폐율로 다시 지어진 런던 파터노스터 지구의 모습. 지은이 제공, 앨러미 사진.

2003년 건축가 윌리엄 휘트필드의 설계안에 따라 완공된 새 건물들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채택했고, 최고 높이가 무려(?) 5층이었다.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세인트폴 대성당과 여기서 가장 오래된, 3층의 챕터하우스를 배려한 설계였다. 저층 새 건물들 사이엔 광장과 6개 골목이 만들어졌고, 1층엔 아케이드까지 들어섰다.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보행자 지구였다. 현재 파터노스터 지구는 세인트폴 대성당과 함께 런던 명소 가운데 하나가 됐다.

런던의 혁신적이면서도 신중한 재생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문 닫은 화력발전소를 세계 최고의 현대 미술관 ‘테이트모던’으로 바꿨고, 쇠퇴 지역과 도심 사이에 보행자 전용 ‘밀레니엄브리지’를 놓았다. 런던시청을 템스 강가의 가장 쇠퇴한 지역으로 옮겼고, 템스 강가 ‘사우스뱅크’에 보행자 지구를 확대해 문화시설을 활성화했다. 낡은 킹스크로스 기차역을 지역 중심으로 만들었고, 공공주택 ‘브런즈윅센터’에 개방적 광장과 쇼핑몰을 만들어 이웃을 끌어들였다.

지은이는 런던의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세 열쇳말을 ‘공공 공간, 보행자 중심, 시민’으로 꼽았다. 집을 ‘부동산’이라 부르며 사고파는 데 몰두하고, 이웃과 단절된 ‘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한국 사회에서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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