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외모가 임금 프리미엄이 된다는 미국 연구결과…노동시장의 ‘불편한 사실’일까 ‘차별’일까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1971년,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지닌 여성들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미국 팬암항공사를 상대로 외모 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외모를 이유로 한 고용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과연 좋은 외모는 생산성과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타고난 능력일까?
영화·방송·모델 등 글래머 산업에서는 호감가는 외모를 지닌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외모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가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월급봉투의 두께를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은 어떤가? 식당 테이블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의 경우 외모가 생산성에 영향을 줄까? 앵커가 뉴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외모가 중요한 작용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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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 오디션 장면.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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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노동시장’을 연구해온 경제학자 하머메시는 1993년에 미국과 캐나다의 남녀 취업자 1500∼9천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의 외모(키·몸무게 포함)에 5가지 등급을 매긴 뒤 외모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물론 외모에 대한 평가는 면담자의 주관적 판단이고, 옷·헤어스타일·예절 등 좋은 인상을 주는 다른 속성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도 있다. 분석 결과, 학력·경력 등 다른 인적자본 변수와 기혼 여부·종사하는 산업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진 남성은 평균적 외모를 가진 남성에 비해 5%의 임금 프리미엄을 얻고,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남성은 평균적 외모에 비해 -9%의 임금 페널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좋은 외모의 임금 프리미엄이 4%, 평균 이하 외모의 임금 페널티는 -5%였다. 놀랍게도 외모에 따른 임금격차는 남성에서 더 컸다. 결혼시장까지 고려하면 매력적이지 않은 여성의 페널티는 훨씬 커질 것이다. 자신의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소득이 낮은 남성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남녀 모두 통틀어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은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사람에 비해 5∼10% 정도 외모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의 미모는 어떤 편지보다도 더 나은 자기소개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모를 가진 여성일수록 소득도 높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지적 능력’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미모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체로 더 현명하다는 것인데, 신체적 특징이 지능과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외모가 매력적일수록 어릴 때부터 더 많은 관심과 신뢰, 칭찬을 받게 되고 이에 자극받아 지적 능력도 우수해져 결국엔 노동시장에서 고용 기회도 늘어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된다는 논리다.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을 선호하고 이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경제학)는 “생산성은 어떤 노동자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만족을 주느냐, 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주느냐는 지표로 측정될 수 있다. 노동자 개인의 신체적 외모가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지적 능력·숙련도 등에 못지않게 외모 역시 직무능력으로 합리화될 수 있다”(<비즈니스위크> 1998년 3월16일치)고 주장했다. 배로 교수는 외모와 지적 능력 둘 다 ‘의미 있는 직무능력’이라면 지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외모에도 임금 차등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며, 차등을 두지 않는다면 경제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에 실패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글래머 산업뿐 아니라 다른 많은 직업 분야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외모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모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모에 따른 고용·임금 격차를 ‘소비자에 의한 차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좋은 외모를 가진 노동자한테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선호를 갖고 있고, 기업은 단순히 이 선호에 반응해 외모 차이에 따른 차등 임금을 준다는 얘기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자원은 ‘렌트’(독점적 지대)를 얻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매력적인 여성을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외모를 따져 차별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사실 모델·배우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외모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은 많지 않다. 즉, ‘사용자의 (근거 없는) 외모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성형수술 붐이 보여주듯 취업을 앞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외모 신화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노동시장에서 외모를 둘러싼 차별은 ‘불편한 사실’일까? 분명한 건 극소수 분야를 제외하고 외모에 따른 고용·임금 불평등은 차별이며, 제도적 개입을 통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