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디지털 세상 칼럼 목록 > 내용   2006년10월13일 제630호
추락하는 MP3 가격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MP3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가 2GB(기가바이트)급 제품에서 10만원의 벽을 깼다. 회사 쪽은 최근 새 모델 ‘FY800’을 선보이며 2GB급은 9만9천원에, 1GB급은 7만9천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FL500’은 2GB급과 1GB급 가격이 11만9천원과 9만9천원이다. 엠피오 쪽은 “이번 모델 출시로 가격 경쟁력에서 애플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플도 이에 뒤질세라 종전보다 가격을 더 낮춘 ‘아이팟’ MP3플레이어 신제품을 9월 말부터 국내에 선보였다.


이번 제품들은 동일 용량의 종전 모델에 비해 가격이 3만∼5만원가량 인하됐다. 새 아이팟 나노는 2GB급이 22만원에서 16만5천원으로, 아이팟 셔플은 1GB급이 예전 11만원에서 8만9천원으로 낮아졌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진 건 아니다. 새 아이팟 나노는 본체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꿔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고 배터리 수명도 종전 14시간에서 24시간으로 크게 늘어났다.

2005년부터 시작된 애플의 아이팟 저가공세 이후 MP3플레이어 가격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다.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비결은 뭘까? 우선 MP3플레이어에 쓰이는 낸드플래시(Nand Flash) 반도체 가격 동향을 살펴보자.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메모리에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데,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등에 주로 쓰인다. MP3플레이어는 크게 플래시 타입과 하드디스크 타입으로 나뉜다. 플래시 타입에 쓰이는 낸드플래시의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다. 메모리반도체 거래를 중개하는 D램익스체인지에서 최근 16Gb(기가비트)(2GB·1GB는 8Gb)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27∼38달러, 8Gb(1GB)는 13∼18달러, 4Gb는 7∼8달러, 2Gb는 5달러다. 2005년 이후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요즘 국내 업체에는 1GB 낸드플래시를 15∼16달러에 주고 있는데, 애플에는 훨씬 싼 8∼10달러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엠피오 쪽은 “어떤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53달러에 주는 낸드플래시를 국내 업체에는 95달러나 받고 팔고 있다”면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이고, 그래서 고정 거래업체에 싸게 공급해주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지나친 부당거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로 하드디스크 타입의 MP3플레이어를 만들어온 애플을 설득해 크기와 전력소모량에서 우수한 낸드플래시를 아이팟에 장착하게 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만들어 애플 좋은 일만 시키고 있고, 싸게 낸드플래시를 공급해준 덕분에 애플이 무차별 가격인하 공세를 통해 레인콤 등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궁지에 빠뜨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낸드플래시 가격만이 MP3플레이어 가격을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다. 엠피오 한지운 팀장은 “최고급 사양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와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고 있는 애플을 이길 수 없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저렴한 가격의 솔루션을 찾고 있다”며 “우리가 2GB 짜리 MP3플레이어를 9만9천원에 팔면 ‘손해보고 파는 것’아니냐고 하는데, 그래도 마진이 두 자릿수는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저렴한 부품을 직접 생산·조달하는 아웃소싱 구조를 갖추고, 또 ‘오버스펙’(시장이 원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줄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