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디지털 세상 칼럼 목록 > 내용   2006년09월08일 제626호
하나TV, 방송·통신을 하나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하나로텔레콤이 7월24일 ‘하나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TV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IP 셋톱박스를 통해 드라마·영화·뉴스 등 보고 싶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불러서 보는 주문형 비디오(VOD) 형태의 TV 포털 서비스다. 방송 편성표에 따라 시청해야 하는 기존 TV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소니픽처스텔레비전인터내셔날·월트디즈니 텔레비전·CJ엔터테인먼트·SBS·BBC 월드와이드·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국내외 50여 개 업체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어 2만2천여 편의 콘텐츠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방송과도 콘텐츠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며칠 전에는 문화방송과 콘텐츠 계약을 체결해 9월 초부터 하나TV를 통해 문화방송의 드라마·오락·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됐다. 20세기폭스TV·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나TV 가입자는 8월18일 현재 3만4천여 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2천 명 정도가 새로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TV는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의 전 단계로, 실시간 다채널 서비스인 IPTV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IPTV 등 방송·통신 융합을 둘러싸고 방송사(특히 케이블TV 업계)와 통신업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하나TV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하나로텔레콤을 불법 방송사업자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고, 하나로텔레콤은 업무방해 등으로 맞고발하겠다고 정면 대응했다. 정부 기관도 자기 진영의 편을 들고 나섰다. 방송위원회는 ‘대가를 받고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유료 방송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반면 정보통신부 쪽은 “인터넷 기술인 주문형 비디오(VOD)는 방송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갈등은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IPTV 시범사업을 연내에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수년간 끌어온 IPTV 서비스에 대한 법·제도 마련 등 산적했던 문제들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TV포털 시장은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양분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KT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 하나로텔레콤이 파상 공세를 펴면서 방송·통신 융합 시장 선점에 나선 형국이다. IPTV는 인터넷 양방향 서비스와 방송 서비스를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사용자의 TV 단말로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TV 단말의 장점과 PC 및 초고속 인터넷의 장점을 융합해 ‘주문형 영상 서비스’와 ‘프로그램 시청 중 의견 실시간 전달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사실 PC로 TV를 보고, TV로 인터넷 쇼핑을 하는 등 통신과 방송은 이제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방송위원회 쪽은 “IPTV가 방송이며, 방송법을 적용해 우리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되면 ‘권역’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은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나TV 이용료는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 인터넷과 전화를 사용하는 고객의 경우 4년 약정시 셋톱박스 임대료 없이 월 7천원이다. 앞으로 일부 프리미엄급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는 기본료와 별도로 편당 500∼2500원의 이용료를 부과하는 종량제 요금제도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