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Editor's Cut 칼럼 목록 > 내용   2007년03월07일 제650호
출판산업도 영화산업처럼?

회사를 때려치고 뒤늦게 ‘출판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든 이유

▣ 신기수 (주)행복한상상 대표

기업 홍보팀 5년, 정보기술(IT) 벤처기업 5년. 졸업 뒤 내 사회생활의 궤적이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또 새로운 일,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일부에서 자조적으로 일컫는 사양산업이자 사행산업이다. 하고 싶었던 일이라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책이란 걸 만든 경험은 기업에 있으면서 매달 사보를 만들어본 것에다 사원들과 사원 가족들의 문예 작품들을 책으로 만든 게 전부였다. 일단 출판사에 들어가서 출판 실무에 대한 체험과 학습이 필요했다. 그러나 출판 경험이라고는 거의 전무한데다 나이만 많은 초심자를 반겨줄 출판사는 없었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그동안의 경험에 맞을 만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무턱대고 “출판 일을 배우고 싶다. 밥값 정도만 줘도 좋다”는 절실함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출판 편집자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구인·구직 공고를 보며 지원서를 보내기를 수차례. 대답으로 돌아오는 건 “출판 일을 배우려면 출판 전문 교육기관에서 먼저 수강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정중한 거절 겸 조언뿐이었다.

궁즉통이라고 했던가! 1인 출판사 몇 곳에 전화해 “그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머슴 한 사람 쓴다 생각하고, 얼마간만이라도 한번 일할 기회를 달라”는 뻔뻔함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억지성 배짱에 한 출판사 사장이 마지못해 “그러면 일단 한번 보자”고 답했고, 출판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6개월의 수습 아닌 수습 기간을 통해 기획·편집·홍보·마케팅은 물론, 주문 처리며 수금까지 전반적인 출판 시스템을 익히게 됐다. 늘 그렇듯이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흥분과 즐거움이 있는데다, 하나의 기획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유통시키는 비교적 짧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경험하는 것은 분명 스릴과 재미를 준다.

그러나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는 행복한 상황은 그리 흔치 않다. 그리고 언제까지 밥값으로만 살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면 그간 해온 영화 관련 매체 사업을 출판업에 접목해서 사업화할 수는 없을까? 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직은 산업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출판산업을 영화산업처럼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한국 영화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평균 제작비가 50억원인 데 비해 출판물은 (마케팅 비용 규모에 따라 유동적이겠지만) 5천만원이라고 해도 영화에 비해 10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1천만 명의 관객 동원을 책 100만 부 판매로 등치할 경우 오히려 엄청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은가? 영상매체인 영화와 인쇄매체인 책을 단순무식하게 비교하는 것이 어이없지만, 사업적인 판단을 하는 데는 약간의 참고 자료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하게 될 일을 ‘출판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산업이 제작사가 마케팅에 배급, 투자까지 모든 걸 하던 시대에서 각 기능으로 분화됐듯이, 출판도 편집디자인, 배송 시스템에서 기획, 마케팅까지 분화되고 있다. 조만간 출판 펀드도 조성, 운영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런 출판 구조에서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출판 또한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마련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영화, 드라마, 게임 같은 문화 콘텐츠의 기초산업인 출판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지하철에서 영화 주간지를 보면서 이번 주말에 애인, 가족과 어떤 영화를 볼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책 주간지를 보면서 어떤 책을 사서 볼까 고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