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또 하루가 시작됐다. 낯익은 일상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3월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동부의 한 카페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벌어졌다. 〈AP통신〉은 현지 경찰 관계자의 말을 따 “해질 무렵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려 주민들이 모여들었을 때 폭탄 공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30명의 무고한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에선 이날 하루에만 잇단 유혈사태로 모두 90명이 숨을 거뒀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이자 시아파의 시조로 추앙받는 이맘 후세인(7세기 카르발라에서 전투 중 수니파 손에 살해됐다)의 40일 추모 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수많은 시아파 순례자들이 이라크 중부의 성지 카르발라로 모여들고 있다. 3월6일 카르발라 인근 도시 힐라에선 순례객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두 차례 이어져 1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경찰 당국은 성지 인근을 여섯 겹으로 둘러싸고 1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했지만, 유혈의 ‘악귀’를 막지 못했다.
고 윤장호 하사가 스러져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참담한 소식은 이어진다. 3월6일 미군 폭격기가 북서부 카피사주의 한 주택가에 약 900kg짜리 폭탄 2기를 투하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적어도 9명이 숨졌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숨진 어린이들은 생후 6개월에서 5살까지의 영유아였다. 미군 당국은 공습 이유에 대해 “박격포 공격이 벌어진 직후 2명의 남성이 자동소총을 든 채 현장을 빠져나가 문제의 ‘시설물’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시설물’은 흙으로 지어진 한 아프간 주민의 가난한 살림집이었다.
하루 앞선 3월5일엔 미 해병이 동부 낭가르하르주에서 아프간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적어도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 당국은 “혼잡한 거리에서 미 해병을 겨냥한 기습공격이 벌어져 이에 응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미군에 우호적인 아프간 당국조차 이례적으로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힐 정도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 목격자들은 한목소리로 “미 해병이 무차별 총질을 해댔다”고 말한다.
점령된 땅 팔레스타인에서도 살풍경은 계속된다. 〈AFP통신〉은 3월7일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군사정보본부로 들이닥쳐 건물 안에 있던 자치정부 직원 수십 명을 붙잡아갔다. 팔레스타인 쪽이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막지 않아 그나마 유혈사태는 피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군사정보본부 건물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테러 공격’ 기지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를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테러’란 유령과 벌이는 끝 모를 전쟁의 시대, 평화의 인사는 부질없는가. “앗살람 알라이쿰.” 평화가 그대와 함께하기를.
이슬람 문화의 이해를 돕던‘앗살람 이슬람’은 이번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