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마태복음 1:20~21)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모세의 하나님이기도 하다.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예수는 어떨까? 앞선 글에서 기독교에서 예수가 구원자라면, 이슬람에선 신의 위대한 선지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독교인에겐 낯설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슬림 역시 예수를 ‘존중’하고 ‘존경’한다. 다만 기독교에서 예수는 신의 아들이자 ‘성부-성자-성령’의 일부, 곧 하나님 자신이지만, 이슬람에서 예수는 인간에 머문다.

기독교의 바이블에 등장하는 예수에 대한 기록은 이슬람의 쿠란에서도 거의 되풀이된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에서도 예수의 ‘처녀 잉태설’은 인정된다. 바이블과 마찬가지로 쿠란에서도 가브리엘 천사가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나 예수 탄생의 ‘복음’을 알린다. “보라 천사들이 말하기를, 마리아여! 실로 하나님께선 그로부터 네게 기쁜 소식의 한 말씀을 알리노니 그의 이름은 메시아, 마리아의 아들 예수니라.” 다만 손주영 한국외대 교수가 <이슬람- 교리·사상·역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예수는 쿠란에서 단독으로 호칭되기보다는 ‘마리아의 아들’ 칭호와 함께 불리고 있다”며 “이는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인간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처녀가 잉태해 낳은 ‘인간의 아들’ 예수는 무슬림에게 무함마드에 앞선 예언자이자 하나님(알라)의 사자다. 쿠란은 예수가 어려서 요람에 누워서도 말을 했고, 커서는 병든 자를 고치거나 죽은 자를 살리는 등 수많은 기적을 ‘하나님의 은혜와 권능’으로 행했다고 적고 있다. 역시 바이블과 다를 바 없다. 그러고 보면 이슬람의 예언자 가운데 쿠란에 가장 많이 언급돼 있는 것도 바로 예수다. 이슬람권에서 흔한 이름 가운데 하나인 ‘이사’는 아랍어 발음으로 읽은 예수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무슬림들은 ‘신은 오직 한 분이시다’는 신앙 고백에 따라 이른바 ‘3위 일체설’을 거부한다. 또 ‘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이 인간의 모든 죄를 사해주었기 때문에 대속자, 곧 구세주가 필요 없다고 믿는다. 어찌됐든 분명한 건 예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유대교와 비교할 때, 이슬람이 기독교와 비슷한 점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유대교와 기독교가 같은 문화권으로 취급되는 반면,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에선 ‘문명 충돌’이 거론되는 게 현실이다.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