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아프리카 초원학교 칼럼 목록 > 내용   2006년01월26일 제595호
달려라 달라달라!

[아프리카 초원학교]

붙어가고 서서가고 매달려가는 탄자니아 서민들의 대표적인 버스
차장의 문 두드리는 출발 신호와 함께 오늘도 먼지 나는 거리를 누빈다

▣ 구혜경 방송작가·세원, 윤재 엄마 peace@ktrwa.or.kr

지하철도 대형버스도 없는 이곳에서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은 ‘달라달라’라고 하는 소형버스다. 똑같은 버스를 케냐에서는 ‘마타투’라고 불렀는데, 탄자니아에 오니 달라달라라고 부른다. 대부분 일제 승합차를 개조한 이 버스는 좁고 울퉁불퉁한 아프리카 길을 달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의 9인승 승합차에 의자를 좀더 만들어넣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앉을 수 있는 의자 수는 15개지만 탈 수 있는 인원은 짐작할 수 없다. 내가 세어보기로는 대략 25명 정도였다. 나도 가끔 달라달라를 타는데, 집에서 5km 정도 떨어진 상점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인 타운까지 가는 데 200원이면 된다. 물론 아이들은 공짜다.

끈질긴 ‘버스 삐끼’들의 유혹

처음 달라달라를 탔을 때 버스 안의 모든 눈이 우리를 향했다. 이들이 바라보는 눈초리가 아주 묘했는데, 돈 많은 외국인(이곳 말로 ‘음중구’다)도 이런 차를 타느냐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백인들이 자신의 차를 이용하지, 달라달라를 타지 않기 때문일 거다.

묘한 눈초리에 주눅들어 있는데 아이들이 탔다고 자리를 조금씩 당겨 앉아준다. 달라달라는 그야말로 ‘아프리카틱’하다. 사람을 태우고 또 태워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서로 밀착하고 또 밀착해서 공간을 만들고, 서서 가고 심지어 매달려서도 간다. 차장이 한 명씩 있는데 사람을 많이 태우면 문을 연 채로 매달려서 간다.


△ 탄자니아 서민들의 버스인 '달라달라' 는 '전도 차량'이 되기도 한다. 운전자의 취향 따라 차체의 문구가 제각각이다. (사진/ 구혜경)

기차 난간에 매달려 가는 것이 때때로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문을 열고 달리는 달라달라에 나도 한 번쯤 바람을 가르며 매달려보고 싶다. 서울에서 차를 이용할 때 아이들을 뒷좌석에 앉히고 꼭 벨트를 매도록 하는데, 여기서는 문을 열고 사람이 매달려서 가니까 아이들의 질문이 끝이 없다. “왜 문을 열고 가느냐”부터 “위험한데 왜 저 사람은 매달려서 가느냐” “왜 사람이 매달려서 가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느냐”까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묻는다. 하지만 그 모든 질문의 답은 하나다. “여긴, 아프리카잖아.”

아루샤의 중심 거리인 우후루로드의 중앙 모스크 앞은 여러 방향으로 가는 달라달라가 모여 있는 정류장이다. 버스를 타려고 다가가면 서로 자기 버스를 타라고 붙잡는다. 버스 삐끼다. 버스 차장이 가는 방향을 소리치며 사람들을 부른다. 버스에 사람이 꽉 찼는데도 자기 버스를 타라고 민다. 짧은 스와힐리어로 “밍기, 예뚜”(많다, 사람) 하고 다른 차를 타려 해도 끈질기게 타라고 한다. 서울 밤거리의 술집 삐끼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심이다. 급할 땐 사람이 많아도 타야 한다. 사람이 타지 않아 좌석이 많은 달라달라에 타고 편안하게 갈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차야 출발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면 20분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 사람이 많은데 아이를 안은 아주머니가 타면 말하지 않아도 운전사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 아이를 안아주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 당연히 안아준다. 노인이 타면 자리를 좁혀주지만 우리처럼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진 않는 듯하다. 아마도 버스가 좁고 작아서 양보하기가 쉽지 않은 듯도 하고 경로사상은 우리를 따를 곳이 없는 듯하다. 달라달라 안에서 아이 젖도 물리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서 있는 상태에서 흔들흔들 춤도 춘다. 버스 천장이 낮아 허리를 굽힌 상태인데, 마치 이네들의 피 속엔 음악이 나오면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유전자가 들어 있는 듯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린다.

사람이 다 타면 차 문을 한 번 두드려 출발을 알리고, 사람이 내리려고 하면 다시 문을 두드려 알린다. 오래전 우리네 버스 차장 언니들이 했던 식과 흡사하다.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보이면 가는 방향을 외쳐서 사람을 태우고, 멀리서 사람이 뛰어오면 기다려준다. 정류장이 있지만 길에서 손을 들어 세우면 태워준다. 버스 꽁무니를 좇아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라달라 시스템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차가 좁아서 만약 안쪽에 있는 사람이 내릴 차례가 되면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렸다가 다시 탄다. 그 정도 비켰다가 다시 타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듯….


△ 아루샤 중심가 풍경. 외국인이 달라달라를 타면 눈총받기 십상이다. (사진/ 구혜경)

노선표도 배차시간도 없이

달라달라에는 버스 번호도 없고, 노선표도 없다. 그저 버스 앞에 적힌 두세 군데 도로 이름만 보고 탄다. 붉은색 선이 그어진 버스는 키젠게로드로 가는 버스이고, 우리 집이 있는 은지로에 가려면 검은색 선이 옆에 그어진 버스를 타면 된다는 식이다.

차의 그림이나 글씨도 운전사 마음인지, 어떤 차에는 호랑이도 그려져 있고, 체 게바라의 모습도 그려져 있다. 성구가 적혀 있는가 하면, 뉴욕 양키스와 같은 프로야구팀의 이름도 적혀 있고, 정말 각양각색이다. 물론 정해진 배차시간도 없다. 서민의 발이 되어 오늘도 거리를 누비는 달라달라. 저 달라달라에도 고단한 서민의 삶이 숨쉬고 있고 꿈이 실려 있으리라. 달려라 달라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