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 처마와 전등 사이
도시에 사는 제비들도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이 있는걸까요. 어버이날에 방문한 할머니 댁의 처마 아래에서 제비집을 발견했습니다. 둥지를 틀려면 좀 안전한 곳에 할 일이지, 하필이면 처마 전등 위에 지었네요. 재주가 놀랍지만 보는 이의 마음은 아슬아슬 합니다.
궁금한 건 노출문제입니다. 사진 속 전등오 살려야하고, 둥지 위 그늘진 곳의 제비도 살려야하는데 찍다보니 멀티 측광으로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렸습니다. 스팟 측광으로 둥지 위 어두운 곳을 맞추니 전등이 안보이고, 전등에 맞추니 이번엔 제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넙죽이
충분히 고민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닥치는 문제입니다. 플래시를 치면 속이 시원하겠습니다만 사진보단 제비 식구들이 더 중요하니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사판으로 은은한 부분 조명을 둥지 위에 보내면 보완이 되겠는데, 이 또한 제비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됩니다. 제비 식구를 강조하려면 스팟으로 어두운 곳을 맞추고 찍는 게 좋습니다. 제가 이런 경우와 맞닥뜨렸다면 망원으로 필요한 부분만 찍어서 어두운 부분이 주변의 밝은 부분과 차단되게 하겠습니다. 프레임 안에 좁은 부분을 담으면 노출 재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이 정도 사진이면 제비와 전등이 모두 잘 보여 중용의 묘미를 살린 것 같습니다.
2. 이 솜씨는 어떤가요?
우리 아들이 박쥐 모형 앞에 있는 모습인데 자연스러워 보여서 올려봅니다. /윤혜경
제가 본 박쥐 중에 가장 예쁩니다. 아드님도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플래시를 사용했는데 약간 반사됐지만 크게 흉하진 않습니다. 두 가지로 트리밍 해봤습니다. 지금 사진의 오른쪽 여백이 불필요하고, 왼쪽의 인물이 어중간한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진은 두 인물을 모두 담고, 다른 건 한 명만 키워서 담아봤습니다. 둘 중 어느 한가지 방법을 택하면 어떨까요. 사진을 찍을 때 파인더를 보면서 미리 프레임을 구상한 뒤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