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산 기자의 학교!]
장애 청소년들이 털어놓는 쓰라린 차별의 경험과 통합교육을 위한 제언들
공동진행 겸 | 청소년기획위원
정말 쉽지 않은 좌담이었다. ‘경기도민’은 안 되고 ‘특별시민’만 받는다는 서울시 장애인콜택시에 통사정하고 특수차량을 가진 장애인단체들에게 연락도 하며 동분서주했지만, 참석자들을 한겨레신문사까지 데려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경기도 평택의 장애학생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휠체어를 끌고 오려면 신문사 주차장에 차를 대야 하건만, 빈자리가 없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뛰어내려가기도 했다. 장애인 이동권은 숨이라도 쉬고 있는 걸까(나중에 그래도 한겨레신문사는 장애인 인권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자랑했다가 화장실에 장애인 전용칸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 좌담은 천천히 진행됐다. 청각장애인 김상민씨는 노트북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의사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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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거부당한 뒤…
참석자 대부분 말을 빨리 이어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좌담은 천천히 진행됐다. 청각장애인 김상민 학생을 위해 청소년기획위원 오정민양이 옆에서 노트북으로 다른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입력해주고 그가 쓴 얘기를 읽어주었다. “아름다운 좌담이잖아요. 모두들 아무 방해 받지 않고 천천히 자기 이야기를 다 하고 남의 이야기 들어주고.” 어려운 좌담이었다고 툴툴대자, 아침부터 경기도 광주로 가서 참석자들을 도와준 사회자 겸이 이렇게 반박했다. 이런, 이 친구에게 또 한방 먹었군!
참석자 중 신은미양은 서울의 일반학교에 다니고, 박준기·김민정·김상민군은 특수학교에 다닌다. 참석자들은 일반학교 입학 거절 등 쓰라린 차별의 경험을 털어놓고,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 각자 소개부터 해주시죠.
박준기: 19살, 뇌성마비 1급, 삼육재활학교 2학년입니다.
김민정: 뇌성마비, 삼육재활학교 고등부 2학년, 18살입니다.
김상민: 20살, 청각장애 2급, 서울애화학교 고등부 3학년입니다.
신은미: ○○중학교(일반학교) 2학년, 뇌성마비, 16살입니다.
사회: 일상적으로 느끼는 차별의 경험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신은미: 길거리를 가면 애들이 많이 쳐다보고 아주 큰 아기가 지나간다고 말해요. 뇌성마비 장애인은 애기처럼 보이나 봐요. 그럴 때는 미쳐버릴 것 같아요.
김민정: 저는 초등학교를 가까운 일반학교에 다니려고 했는데, 거절을 당했어요. 어떤 선생님이 한번 더 학교에 오라고 해서 갔는데, 읽기랑 받아쓰기랑 시켜보더니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몇번 울고 그랬거든요. 그때 이후로 일반학교는 좀 꺼려져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지금의 특수학교에만 다닌거고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차별은 지나가면 쳐다본다든가 초등학생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사람들이 웃을 때면 언짢죠. 그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가는 사람들이 특정 종교를 믿어보시라고, 그럼 나을 거라고 해요. 그럴 때면 좀 속상했어요.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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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기: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이 많아요. 택시 승차 거부라든지.
김상민: 저는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들만 다니는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교육에서 차별은 못 느꼈는데, 학교 밖에 나가면 불편할 때가 많아요. 특히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학교와 달리 학생들을 한데 모아서 공부를 가르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가만히 있거나 문제만 풀 때가 많아요.
사회: 신은미씨는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같이 수업을 받는데요, 교육환경이라든지 교우관계에서 느꼈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신은미: 저는 초등학교도 일반학교를 다녔거든요. 1학년 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좀 싫어했어요. 1학년을 잘 넘기니까 쉬웠던 것 같아요. 소풍도 선생님이 힘드니까 가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간다고 우기니까 데리고 갔는데 애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애들이랑 친해졌어요. 체육시간에 전 혼자서 교실에 남아 책을 읽어요. 같이 나갈 생각도 했지만 계단이 많고 애들이랑 선생님이 엄청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안 나갔어요. 학교에 저를 도와주는 보조원도 없고요.
사회: 다른 분들은 일반학교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없나요?
김민정: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입학 때 한번 좌절하고 나선 또다시 그런 경험을 겪고 싶지는 않아요.
박준기: 전 엄두를 못 냈죠. 엄마 아빠도 맞벌이하시고 집안 사정이 썩 좋지 않아요. 일반학교는 낼 돈이 많잖아요. 특수학교는 육성회비가 고작 20만원 안팎이니까 저렴하게 다닐 수 있고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반학교보다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더 헌신적이니까요. 일반학교에선 아이들과 빨리 친해지진 못하잖아요. 저도 일반학교 갈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실천에 옮기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얘기를 부모님께 하기도 미안하고요. 힘드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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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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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자?
사회: 언제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고, 그때 느낌은 어땠나요?
박준기: 저는 빨리 느꼈어요. 6, 7살 때요. 삼육재활원에 첨 들어갔을 땐데 저랑 별반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더군요. 그때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나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할 줄은 몰랐어요. 한 몇달 정도 있으면 낫는 줄 알았어요. 슬퍼서 막 철없이 군 것 같아요.
신은미: 전 7살 때 특수유치원에 다녔거든요. 그래서 저도 장애를 가진 다른 애들이랑 비슷하게 생긴 줄 알았고요. 엄마가 뇌성마비복지관 직원이어서 워낙 장애에 대해 많이 알아가지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어요.
김민정: 저는 7살 때 일반학교에서 거절당하면서 느꼈어요. 장애인을 받으면 불편할 순 있지만 엄마가 그때 등하교를 도와주신다고 하셨고 저혼자 다닐 수도 있었는데요. 깊은 상처가 된 것 같아요. 며칠은 속상해서 울었어요
신은미: 그런데 선생님들은 몸이 불편하니까 머리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저한테 바보라고 부르고요. 초등학교 때는 입학이 됐는데 담임선생님이 특수학교로 가라고 했어요. 장학사까지 불러서 엄마를 설득했지만, 그래도 계속 다녔어요. 중학교에서도 거절당했지만 그냥 다녔어요. 1년을 휴학하고 들어갔는데 거절을 당했죠. 교무주임 선생님께서 보자마자 갑자기 특수반이 있는 학교로 보내라고 말을 하시는 거예요. 얘는 몸만 이럴 뿐인데, 어떻게 특수반에 보내냐고 엄마가 싸웠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선생님들에게 내가 항상 골칫거리였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열심히 숙제를 해서 냈는데 선생님이 보지도 않고 저한테 그냥 주시더라고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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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근 여러 교육단체에서 통합교육을 확대하자는 얘기를 많이 해요.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사회적응력을 키우고, 비장애학생들도 장애학생과 접하며 편견을 가지지 않게 한다는 취지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준기: 통합교육이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활성화된다고 해도 통합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편견은 있을 것 같아요. 취지는 좋은데 그 안의 상황은 그렇지 않죠.
신은미: 전 통합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통합교육으로 고통도 겪겠지만 장점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사교성이라든지 사회성, 이런 게 길러질 것 같아요. 저도 1년 동안 특수학교를 다녔거든요. 거기 애들은 쉽게 상처받고 어떤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특수학교를 다니다가 일반학교로 옮긴 친구들이 많거든요. 친구나 성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지금 특수학교를 다니는 친구들도 빨리 일반학교로 옮겼으면 해요. 어차피 우리는 비장애인들과 서로 어울리며 살아야 하잖아요.
김상민: 통합교육을 한다면 일반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되잖아요. 그리고 일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고요. 저는 가끔 일반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가 너무 좋아서 그냥 있었어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학생은 일반학교에 가고 적응이 어렵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냥 특수학교에 있어도 좋고.
보조원 두면 다닐 만하다
사회: 준비 없이 통합교육을 실시하면 부작용도 많을 텐데, 통합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 게 좋을까요.
박준기: 비장애인 친구들한테 장애인을 완벽히 이해해달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장애인도 인격체잖아요. 존중해줄 수 있는 만큼 이해도 해주면 좋다고 생각하고, 통합교육을 하려면 최소한 교사들은 특수교육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게 없으면 솔직히 무리거든요. 장애인은 그렇게 쉽게 도와줄 수 없어요.
신은미: 그런데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4주 정도만 교육받고도 도와주는 게 가능해요.
박준기: 저희는 특수학교를 벌써 10년째 다니고 있는데요, 특수교육에 어느 정도 능숙한 사람과 능숙하지 않은 사람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어요. 휠체어 대주는 것부터 틀려요. 차에서 내릴 때는 차문과 차거리가 30cm 정도 떨어지게 대각선으로 휠체어를 대줘야 해요. 그런데 특수교육자격증을 소지한 분이 아니면 자기 편한 대로 대주고 알아서 타라고 해요.
사회: 그런 도움은 보조원제도로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나라에는 교육보조원들이 있어요.
박준기: 보조원도 좋지만, 비장애인들도 적극 도와줘야 해요.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도와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잖아요. 통합교육이 확대되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친구들을 도와주며 조화를 이뤄나가야 해요.
신은미: 그런데 비장애인이 돕는 게 한계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화장실을 간다거나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는다든지. 아직 우리 학교에 보조원은 없어요.
사회: 상민씨는 청각장애인이라서 지체장애와는 달리 상시 보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까.
김상민: 저는 귀가 안 들리기 때문에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보조원이 꼭 필요해요. 일반학교에서는 옆에 수화통역사를 둬야 해요. 제 친구들 중에 통합교육을 나간 친구가 꽤 많은데, 그들 대부분 무슨 말인지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공부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보조원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일반학교에 장애인 시설을 만드는 거죠. 이런 시설만 있다면 반 정도는 성공한 거 아닐까요? 예를 들어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거나 하면 웬만큼 혼자 다닐 여건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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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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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은미 학생은 학교에 가장 바라는 것이 뭔가요?
신은미: 제가 좀 말이 느리잖아요. 천천히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제가 발표를 하면 중간에 끊어버려요. 아예 발표할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시설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사회: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나요
박준기: 저희는 일반학교에서 수능시험을 봐야 하는데 교실 배정이나 화장실, 마킹 문제 등에 어려움이 있어요. 대학입학 원서 쓸 때 자격은 되는데 장애인 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보고 학교를 택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이 있죠. 수능을 봐놓고 포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평택의 한국재활복지대학과 대구의 대구대, 천안의 나사렛대학교 정도가 장애인 시설이 잘돼 있는데, 그 외에는 별로 없어요.
김상민: 저는 고3이다 보니 대학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좀 힘들어요. 저는 천안대학교에 추천자 특별전형으로 원서를 냈거든요. 그런데 구술시험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고민이고요. 그때 가서 부딪혀봐야죠.
신은미: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힘들어요. (웃음)
몇년 전 청소년들 사이에 ‘애자’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장애인을 비꼬아 친구들에게 욕처럼 쓰는 말이다. 지난 7월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내성적인 동료 학생을 성추행하며 ‘지능저하 장애인’이라 놀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24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과 장애아 통합을 위한 부모회 등이 조사한 장애학생 교육차별 실태를 보면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44.1%가 전입학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몇몇 단체들이 장애·비장애 학생들의 통합교육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같음’만을 강요당하는 비장애 학생들에게 ‘다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이 필요하다. 다음은 일반학교에 다니는 한 장애학생의 어머니가 딸이 직접 쓴 여름방학 숙제를 발표한 내용이다.
비장애 학생에게 ‘다름’을 가르치라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했다. 애들이 나보고 더럽다며 피하고 공책을 던졌다. 한번은 이동수업 때문에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애들은 재수없다고 도와주지 않았다. 내 짝이랑 층계에서 둘이 엉엉 울었다. 엄마를 심하게 원망했다. 그냥 특수학교로 가면 될 것을 왜 이런 고통을 주는가 하고 말이다. 그 다음부터는 이동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1 수학시간에 모둠활동이 있었다. 모둠을 만들고 나서 내 옆에 한 여자애가 앉았다. 얘는 내 옆에 앉기 싫은 눈치였다.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데 걔가 친구와 소곤거렸다. 갑자기 나에게 ‘야, 넌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라’고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왠지 모를 설움이 밀려왔다.”
bretolt@hani.co.kr